말레이시아의 노부부가 복어 튀김 요리를 먹고 사망했다. 복어에 든 치명적인 독 때문이다. 두 사람의 딸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며 복어 판매·구입 관련 규제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말레이시아 서남부 조호르주(州)에 거주하는 한 80대 부부가 지난달 25일 생선 가게에서 구입한 복어 두 마리를 먹었다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복어를 튀겨서 점심 식사 때 먹었는데, 노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곤란과 떨림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는 당일 저녁 사망 선고를 받았고, 일주일 넘게 혼수상태였던 남편도 끝내 아내의 뒤를 따랐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샀던 생선이 복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말레이시아에선 법으로 복어 등 유독 식품의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수산물 시장 등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주변 해역에서 30종 이상의 복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독특한 풍미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문제는 내장과 알에 치명적 독 성분 '테트로도톡신'이 있다는 점이다. 소량만 섭취해도 구토, 마비,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해독제도 따로 없다. 1985년부터 올해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복어 독 중독 사건은 총 58건이며, 이로 인해 18명이 사망했다.
노부부의 딸 알리는 장례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단속을 강화해 복어 독 중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 혼수상태에서 잠시 깨어나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다고도 전했다. 가족이 "무사하다"고 거짓말했으나, 아버지는 눈치를 챈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알리는 갑작스러운 부모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 달라"고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당 복어의 판매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양생물학자 에일린 탄은 "복어가 세척되어 조각으로 팔리면, 일반 대중은 어떤 생선인지 알아차리기 불가능하다. 복어 섭취의 위험성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이날 보도에서 CNN은 복어가 인기를 끄는 나라로 일본, 싱가포르 등과 함께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복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식품위생법은 국가 공인 자격을 갖춘 이들만 복어를 조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자격자가 손질한 복어로 인해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 지난 2월 제주에서는 조업 중 잡은 복어를 먹고 독에 중독된 선원 3명이 마비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