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금요일로... OTT가 영화 개봉일까지 바꿨다

입력
2023.04.11 17:36
'킬링 로맨스' 금요일 개봉 파격
새 콘텐츠 금요일 공개 OTT 영향
20년 가까이 굳어진 관행 무너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영화 국내 개봉일까지 바뀌는 일이 생겼다.

11일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한국 영화 ‘킬링 로맨스’가 금요일인 14일 극장가를 찾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들이 금요일에 새 콘텐츠를 공개하는 방식을 따른 것이다.

국내 극장가에서 영화 개봉은 수요일 또는 목요일에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처럼 금요일에 신작을 선보였다. 주말을 앞두고 영화를 개봉해 많은 관객과 만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국내 영화산업이 급성장하고 영화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선 제압을 위해 목요일로 개봉일을 앞당기는 경우가 늘었다. 이후 목요일 개봉이 관례가 됐다.

2014년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면서 수요일 개봉이 새로운 상영 경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에 따른 관람료 할인 혜택을 받겠다는 영화계의 판단이 작용했다. 이후 수요일 개봉은 상영 초기 관객몰이를 위한 전략으로 활용됐고, 문화가 있는 날이 아니어도 수요일 개봉하는 영화들이 늘어나게 됐다. ‘킬링 로맨스’가 금요일 개봉하면서 20년 가까이 굳어진 국내 극장가만의 관행이 무너지게 된 셈이다.

금요일 개봉으로 선회하게 된 건 OTT의 영향이 크다. OTT가 금요일 새 콘텐츠를 공개하면서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새 콘텐츠는 금요일’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롯데엔테테인먼트 관계자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출 때가 됐다는 생각에 ‘킬링 로맨스’의 개봉을 금요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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