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회복 과정에 들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추며 이렇게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이보다 더 험난하다. 경기 회복 기대에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때도 역주행하더니, 이번엔 세계 경제성장률 낙폭의 두 배나 떨어졌다. IMF가 내다본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앞선 1월 전망(1.7%)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해 7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1%로 대폭 조정한 뒤 같은 해 10월 2.1%→올해 1월 1.7%→4월 1.5%로 연달아 낮춰 잡고 있다.
이번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고, 기재부·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상 1.6%)나 한국개발연구원(KDI·1.8%)이 제시한 값보다 낮다.
1월에만 해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2.7%→2.9%)했던 IMF가 다시 돌아선 건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기로 옮겨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예측한 세계 경제 중기성장률(3.0%·5년 뒤 성장률)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가 발간된 199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국가별로 보면 온도차가 컸다. 한국이 속한 선진국그룹의 경제성장률 전망치(1.3%)는 오히려 1월(1.2%)보다 올랐다. 미국(1.4%→1.6%)과 스페인(1.1%→1.5%)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일본은 1.8%에서 1.3%까지 미끄러졌다. 중국(5.2%)은 종전과 같았으나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하향 조정되면서 신흥국·개발도상국그룹의 성장률 전망치는 하락(4.0%→3.9%)했다.
문제는 수출 부진에 휩싸인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기대에 올라타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월 IMF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을 때도 한국의 전망값은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2%→2.6%)를 높인 OECD 역시 한국에 대해선 혹독(1.8%→1.6%)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 특성상 전 세계 경기 하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특히 경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수출이 부진이 계속되면서 경제 성장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수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회복 흐름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