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1억 달랬는데 9000 주자 '돈도 없는 XX들'" 유동규 법정 증언

입력
2023.04.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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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뇌물 혐의 정진상 재판 증인 출석
"5만 원 200장 봉투 담아 주머니에 넣어"
"남욱한테 돈 받아 쓰자 하니 '거지냐'더라"
"자백해서 죄 늘어... 누가 더 신빙성 있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언을 법정에서 내놨다.

유 전 본부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7차례에 걸쳐 대장동 사업 편의를 제공하고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정 전 실장의 2013~2014년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 측 신문을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2월 설 무렵 성남시청의 정 전 실장 집무실에서 1,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와 관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1월 하순경 2,000만 원을 받은 뒤 정 전 실장에게 5만 원짜리 지폐 200장을 봉투에 넣어 전달했다"고 밝혔다. 2013년 추석과 2014년 설에 2,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선 "정 전 실장의 응접실 소파 옆자리에서 돈이 든 봉투를 재킷 주머니에 넣어줬다"며 "직원들이 없을 때는 정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책상 서랍에 직접 돈을 넣었다"고 했다.

2013년 4월 정 전 실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와 관련한 전후 상황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 성남도개공 설립조례안이 통과될 때쯤 '남 변호사한테 돈을 받아 쓰자'는 나의 제안에 '(대장동 일당이) 거지들 아니냐'고 해서, 스폰서 자격을 시험하려고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남 변호사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해서 1억 원만 받기로 했고 정 전 실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면서 "남 변호사가 돈을 주기로 한 날 1억 원이 아닌 9,000만 원을 들고 왔다"며 "내가 9,000만 원을 전달하자 정 전 실장이 '돈도 없는 XX들'이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다음 날 남 변호사로부터 1,000만 원을 추가로 받아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며 "정 전 실장도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상과 이재명은 한 몸"

그는 이재명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오랜 시간 '운명공동체'에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은) 이재명의 최후의 보루"라며 "정 전 실장도 '이 대표와 한 몸'이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 전 실장이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한다. 이러면 이재명을 공격하는 건데'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당선되면 정치 활동에 쓰려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 전 실장과 함께 1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오전 재판 이후 기자들을 만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세간의 의심에 대해 "자백으로 죄가 더 늘어났는데 어떤 이익이 있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죄를 숨기려는 사람과 숨길 수 있었던 죄까지 모두 말한 사람 중에 누구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냐"며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