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전원이 하나의 의제를 두고 토론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을 논의한 이후 19년 만인 10일 시작됐다. 첫날부터 선거제 개편에 대한 백가쟁명 식 주장이 개진된 이번 전원위는 나흘간 이어진다. 여야는 현행 선거제도로는 안 된다는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법에선 비례대표 의원 축소ㆍ증원으로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위성정당’ 꼼수 등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현행 의원 정수 유지를 전제로 비례대표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1대 총선 이전과 같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환원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자행된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과오”라며 “야합의 산물이자 헌정사의 오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와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은 “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 동결 내지는 축소돼야 하며 최소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개정되거나 비례대표제가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선거제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비례대표의 기능은 이미 소실했다”며 “비례대표 47개 의석을 지역구 253개 의석에 합치면 300개 의석이 그대로 유지된다. 중선거구제로 전환해 300개 의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당 의원들은 수도권ㆍ지역 간 불균형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도입 등 ‘지방 대표성 강화’ 요구다. 최형두 의원은 “국민 표심과 국회 의석의 극단적 괴리 현상은 수도권에서 극단적 왜곡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선거제도 왜곡은 바로 수도권 과밀 인구집중 현상과 결합돼 있다”고 진단했다. 조해진 의원은 “지방 의원 정수를 최대한 보강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의석을 배분할 때 단순히 인구만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면적과 교통, 취락 구조, 행정 체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석준 의원은 선거구 획정 시 수도권ㆍ지방 인구 비율 차등화 적용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역구 의석 축소,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의원 7~28석을 줄여 비례대표를 60~75석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있는 소선거구제 위주 제도론 대량의 사표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비례의원 비율이 최소 의원 총 정수의 4분의 1인 75석은 돼야 비수도권 의석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낮은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인데 그 비율은 고작 15.7%에 불과해 보완 기능이 매우 취약했다”며 “이를 방치하고서도 1인 1표의 등가성을 원칙으로 삼는 국민 주권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선거 때마다 1,000만 표 안팎의 사표가 발생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심 의원은 “선거제의 핵심은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고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수렴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도 비례대표제 손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방형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ㆍ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허용하고, 비례대표 공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당내 경선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이탄희 의원은 "김부겸 정도 되면 대구에 출마해도 당선되고, 유승민 정도 되면 공천을 안 주려야 안 줄 수 없는 선거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권역별 비례든 대선거구든 이름은 뭐라 붙여도 상관없다. 선거구를 키워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실력 있는 정치인들을 키워 달라"고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