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준비 여성 5명 중 1명꼴로 '난임' …40세 이상은 38%

입력
2023.04.10 15:59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 가운데 20% 정도가 난임(infertility)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서울시 남녀 임신 준비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45세 임신 준비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2019년 5~11월 서울시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서울시 남녀 임신 준비 프로그램 웹 설문을 통해 수집했다.

분석 결과, 19.48%(443명)가 난임 경험이 있었으며, 이 중 320명(72.2%)은 1차성 난임, 123명(27.8%)은 2차성 난임이었다.

1차성 난임(원발성 난임)은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2차성 난임(속발성 난임)은 인공 유산이나 자연 유산 등 임신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있었지만 난임된 경우다.

가장 위험한 난임 원인으로는 ‘인공 유산’ 경험으로 조사됐다. 나이와 체질량지수(BMI)도 난임 원인으로 꼽혔다.

인공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인공 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 높았다. BMI가 23㎏/㎡ 이상인 과체중 여성이 23㎏/㎡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1.56배, 그리고 35세 이상인 여성이 1.08배 난임 위험이 높았다.

난임 그룹과 비난임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인공 유산 비율도 난임 그룹에서 7.7%로 비난임 그룹(1.8%)보다 5.9%포인트 높았다. 자연 유산도 난임 그룹(7.4%)이 비난임 그룹(4.3%)보다 3.1%포인트 높았다.

난임 그룹 평균 나이는 33.2세로 비난임 그룹(31.9세)보다 1.3세 더 높았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난임률도 올라갔다.

△30세 미만 난임률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 난임률을 보였다. BMI도 난임 그룹이 21.5㎏/㎡로 비난임 그룹(20.9㎏/㎡)보다 높았다.

한정열 교수는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난임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유산으로 인한 자궁 내막 손상으로 자궁내막이 얇아지거나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감염, 자궁유착 등 신체ㆍ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난임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나이와 과체중도 중요한 난임 원인”이라며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 질도 떨어져 유산율과 염색체 이상 비율도 올라간다. 과체중도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배란 장애나 난모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난임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임 유병률은 15% 정도다. 국내 여성 난임 환자는 2017년 14만6,235명에서 2021년 16만2,938명으로 11.4%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연구 결과는 캐나다에서 발행하는 SCI급 국제 학술지인 CEOG(Clinical and Experimental Obstetrics and Gyne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