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당 안팎의 '검찰 출신 대거 공천설'을 괴담으로 규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 대통령실과 내각에 포진한 '친윤 검사군단'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텃밭인 영남에 대거 공천될 것이라는 소문에 영남권 현역 의원들이 동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대표인 제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천 과정에서 계파에 따른 차별도 없을 것이며 정당하지 않은 인위적 인물 교체로 억울한 낙천자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란 얘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인사들의 낙하산 공천 가능성과 함께 구체적인 지역구까지 거론되면서 사실상 현역의원 '살생부'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중심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물갈이 공포감이 확산됐다.
공천을 둘러싼 현역의원들의 공포가 확산될 경우, 대표 취임 이후 한 달간 불안한 리더십을 보여 온 가운데 '지도부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향식 공천 원칙을 엄격히 지키겠다"며 시스템 공천을 거듭 약속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국회를 찾아 윤재옥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밖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총선까지 일 년 남았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비윤석열계는 검사 출신들의 대거 공천 가능성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제가 지금 듣고 있는 이야기로도 검사 출신인데 총선에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총선이 임박하면 더 많이 뛰어들 것이고, 최소한 수 명보다는 십수 명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새로운 검사 출신은 (공천과 관련해) 엄격하게 숫자로 제한해야 한다"며 "안 그래도 민주당이 '검찰 공화국', '검사정권'이라고 프레임을 열었는데 당까지 '검사 당'이면 총선은 참패"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