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유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건에 언급된 국가들은 관련 내용을 부인하는 분위기이지만, 미국 쪽에서는 “문서 중 일부는 진짜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국방부 등이 총동원돼 유출 경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되고 있는 민감하고 극비인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 촬영본의 유효성을 살펴보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문건이 미국 국가안보와 우리 동맹 및 우방국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데 관계 부처 간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 유출 문건에 언급된 국가들은 해당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의 사법개혁 반대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는 기밀 문서 내용과 관련, 이스라엘 총리실은 “모사드와 그 고위 인사들은 시위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특수작전 요원을 파견했다는 내용에 대해 프랑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라고 부인했다.
미국 정부는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수뇌부가 기밀 문건 유출 경로 파악과 그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①극비 보안 허가를 받은 누군가가 정보를 유출했거나 ②미국의 정보 시스템이 해킹당했을 가능성 ③단순히 조직에 불만을 품은 내부인의 소행 ④미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려는 적극적인 의도를 가진 러시아 같은 위협 세력의 소행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문건 유출 조사는 누가 문서에 접근했는지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만 잠재적으로 수백 명의 공무원이 이 정도의 문서를 볼 수 있는 보안 허가를 보유 중이었다고 한다. 첫 유출자를 찾기 힘든 조건이라는 얘기다.
유출된 문서는 A4 용지에 프린트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촬영한 형태였다. 보안시설에서 몰래 반출하기 위해 두 번 접은 흔적도 발견됐다. 또 고릴라표 접착제, 신발, 글래스호크HD 망원경 탐지 범위 설명서 등 유출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타 정보도 사진에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와 보안전문가 등을 인용, 정보 주제가 광범위하고 미국 정부만 갖고 있던 문건이 포함된 만큼 문건 유출은 미국 내부인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가 기밀 문건을 유포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유출된 문건의 생성 날짜가 대체로 2월 말부터 3월 말인데, 이 시기 독일의 미군기지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초청해 봄철 작전을 위한 워게임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미 합참이 정보기관의 정보를 취합해 일일보고 형태로 작성한 문건들이 이때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문건 유출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