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과 권총 7정을 이삿짐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여온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과 총기류를 동시 밀수하다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은 10일 필로폰 3.2㎏(시가 8억 원 상당)과 총기류 7정을 이삿짐 곳곳에 은닉해 밀반입한 장모(49)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과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장씨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인 장씨는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지내다 지난해 8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장씨는 "아픈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귀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그러나 지난해 7월 미국에서 구매한 필로폰 3.2㎏을 소파용 협탁 안에, '콜트'로 불리는 45구경 권총과 모의 권총 등 7정과 실탄 50발을 공구함에 은닉한 뒤 같은 해 9월 부산항으로 들여오다 적발됐다.
검찰은 장씨의 마약류 밀반입 첩보를 입수한 뒤 장씨가 미국 내 마약사범과 거래에 관해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포착하고,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긴밀히 공조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노원구 소재 장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옷장 위 상자에 보관 중인 필로폰과 권총을 확보하고, 마약 간이시약검사를 통해 장씨의 필로폰 양성 반응도 확인했다.
검찰은 장씨가 귀국 후 6개월간 별다른 직업 없이 칩거하며 마약 유통을 위한 국내 마약 판로 개척에 몰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장씨가 국내 마약상과 통화하고 만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장씨가 들여온 총기나 마약이 실제 유통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귀국 동기 등이 석연치 않아 밀수한 필로폰을 국내에 이미 유통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장씨의 자택 거실 소파용 협탁 안에서 발견된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에 대해서도 국과수 감정으로 살상력과 파괴력이 확인될 경우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 비비탄이 아닌 쇠구슬을 넣어 쓰는 모의권총인 만큼 살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미국에 사는 한인 친구가 보낸 소파용 협탁을 열어보니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며 마약 밀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협탁을 보낸 친구는 미국 현지에서 사고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DEA와 공조해 장씨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 내 조직을 추적하는 등 추가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