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룰과 골프와 황제

입력
2023.04.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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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타이거 우즈-1

1997년 4월 13일, 프로 데뷔 2년 차 만 21세 비백인 골퍼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마스터스 토너먼트. 2위 선수를 12타 차로 따돌리는 세기의 기록이었다. 마스터스 대회가 흑인에게 출전권을 부여(1992년)한 지 불과 5년. 그의 우승은 모든 스포츠 정신을 관통하는 룰의 핵심, 즉 ‘공정’의 승리였다.

골프 역사는 기원전 4000년 이집트 문명에 흔적을 남긴 공(놀이)의 역사에 닿아 있다. 원시 인류가 막대기로 돌멩이를 치고 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근대적 의미의 골프 발상지는 자타 공인 스코틀랜드다.

16세기에 조성돼 지형과 배치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 골프 코스의 모델이 된, 일명 ‘올드 코스’가 스코틀랜드 동부해안 세인트앤드루스에 있고, 가장 오래된 골프 동호회인 왕립고대골프클럽(R&A)도 거기서 시작됐다. 이후 ‘젠틀맨’이란 이름을 붙인 수많은 골프 클럽들도 거기서 만들어졌다.

클럽마다 룰이 달랐고, 홀 컵 지름도 골프채 길이도 제각각이었다. 부자들은 각기 다른 용도로 20~30개의 골프채를 주문 제작해 쓰기도 했다. 클럽 간 시합이 열리면, 근년의 고스톱판도 저리 가라 할 만한 언쟁이, 때로는 결투가 빚어지곤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최초의 골프 규칙이라 불리는 ‘13개 조항(13 Articles)’. 그것도 1744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 골프협회’가 제정했다.

골프가 신대륙으로 아시아로 확산되면서 골프 규칙은 점점 정교해졌고, 월드투어가 본격화하면서 하나가 됐다.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첫 통일 규칙을 만든 건 1984년. 이후 양대 기관은 4년마다 골프 규칙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 역대의 규칙들의 정수도 물론, 피부색이 어떻든 부자든 아니든 오직 실력으로 대등하게 겨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공정’이(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