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 속 중계기 묻어 070→010 전환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입력
2023.04.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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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명으로부터 24억 원 빼돌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콜센터 직원 3명 구속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단속을 피하기 위해 땅 속에 중계기까지 설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계기 유통책 30대 A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등 해외 전화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해 중계기와 라우터, 타인 명의의 유심이 든 중고 휴대폰 등을 이용해 중국에서 발신된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 발신 전화번호를 010으로 바꿔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검찰·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걸려온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45명이 24억 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 일당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갈대밭 속에 중계기를 묻거나 모텔과 원룸에 중계기를 설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중계기 3대를 포함해 휴대폰 450대와 유심 2,000여 개를 압수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중국 6개 지역에서 기업형 전화금융사기 범죄 단체를 만들어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229명으로부터 26억 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콜센터 조직원 3명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일당과 이들이 동일 조직이거나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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