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안,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남성에게 완력 대신 포옹으로 위로가 되어 준 청년.
4차선 도로 위, 아픈 아기를 태운 채 접촉사고를 내고 두려워하는 아기 엄마에게 비난 대신 포옹으로 힘이 되어 준 한 여성.
"이런 분들 덕에 아직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걸 느꼈다"는 대중들의 반응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 포옹의 주인공들.
내게도 이분들 같은 존재인 도시와 음악이 있다. 바로 북유럽 라트비아의 소도시 '쿨디가(Kuldiga)'와 '클래식 음악'이다. 사람이 아닌 공간과 음악이 주는 포옹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직 직접적인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이 강력한 힘을 나누고 싶어 '쿨디가'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동네 책방을 운영하며 전국의 동네 책방과 클래식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책방콘서트 '북.클.럽(book.classic.lov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의 진동과 선율, 그리고 다정함으로 서로를 껴안아주는 경험을 우리는 '안전한 곳에서 이해받은 기분을 느꼈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찐친과 찐팬이 생기는 기쁨은 덤이다.
이런 의미에서 클레먼시 버턴힐의 하루를 껴안는 음악의 힘 '1일 1클래식 1포옹'은 다른 책보다 더 특별한 감정을 가진 채 펼쳐보게 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가, 방송 진행자, 저널리스트인 버턴힐은 국내에서는 윌북에서 출간된 '1일 1클래식 1기쁨'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며 기쁨을 전하던 그는 책이 성공한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극심한 고통과 고립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걷고 말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친구들은 물론 가족과도 단절된 채 홀로 병마와 싸워야 했다. 그는 전보다 더 치열하게 음악을 들었고 기적적으로 정상 생활을 되찾았다.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도 견뎌내는, 음악은 아주 근본적이고 튼튼한 희망의 원천이라는 클레먼시. "음악은 그저 듣기 좋은 공기의 울림이 아니에요. 저에게 음악은 기적적인 음파의 형태로, 인생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거라고 말해 주는 굳건하고 일관된 증거예요.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몰라도 상관없어요.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과학자도, 연주자도, 심지어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도"라며 음악의 힘을 경이롭게 증언하고 있는 그의 글들은 클래식 음악을 잘 몰라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게 할 수 있다는 내 생각에 확신을 심어준다.
"음악은 언제나 내 곁을 맴돌았다. 나는 그게 뭔지, 그 음악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그냥 풍덩 뛰어들어 첨벙거렸다. 그래도 된다고, 잘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다가오는 아름다움을 두려움 없이 누린다. 다채롭고 편견 없는 저자의 목록을 짚어가며 하루에 한 곡씩 귀 기울이는 동안, 세상은 잠시 멈추어 빛나네." - '여름이 온다' 그림책 이수지 작가 추천의 말
이 책을 매일 접하다 보면 누구나 이수지 작가의 추천의 말과 그의 그림처럼 클래식 음악에 어린아이처럼 풍덩 뛰어들어 첨벙거릴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 삶이 당신을 우울하게 만든다면, 만사를 감당하기가 버겁다면 잠시 짬을 내서 문을 닫고 재생 버튼을 누르라. 그리고 눈을 감자. 짧은 시간에 여러분 주변 세계가 재편되는 경험을 할지 모른다. 만약 우울하지 않고 만사가 버겁지도 않은 분이라면, 축하한다! 부럽다."
클레먼시의 부러움 가득한 축하를 받고 싶을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책방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첼로와 피아노 소리가 가득한 음악으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