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관한 한국 정부의 논의를 감청했다는 외신 보도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10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상황임에도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며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보겠다'고 반응했다니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며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그는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며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2021년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덴마크 군사정보국(FE)이 독일, 프랑스 등의 정치인과 관료들을 도청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 사이에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단호하게 대처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상대국이 누구든 당당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 간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납득할 만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미 동맹이 더 굳건한 신뢰 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충고했다.
앞서 NYT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관리들을 도청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한국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 같은 정보를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signals intelligence report)'라고 표시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내부 논의를 도청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