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의료법 중재안... 거대 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

입력
2023.04.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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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당정, 간호법·의료법 대응 방안 논의 
尹 '거부권 행사' 관련 "논의 사항 아니야"
한 총리 "경우에 따라 재의 요구할 수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 전 대학으로 확대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9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정치적 부담이 커진 만큼, 거대 야당의 '거부권 프레임'에 맞서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당정은 청년·민생 정책의 일환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을 열어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11일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법안은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13일 표결이 유력하다. 특히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의 간호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하고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담았는데,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임에도 정부·여당은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관련 단체와 조율해 '책임 있는 여당' 이미지를 부각할 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직역 간 갈등이 극심한데, 민주당은 간호사 직역만을 대표해 법안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대안 제시를 통해 민주당의 일방 독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곡관리법의 경우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 없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정 여론이 커졌다. 따라서 이번에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추후 상황에 대비한 '여론 방파제'를 구축하려는 밑그림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부권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단독 처리할 경우) 거부권 방침은 논의 사항이 아니고, 그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안 제시 이후) 구체적으로 다음 단계에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는 당 정책위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 "경우에 따라 '재의 요구' 또 할 수도"

반면 한덕수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민주당이 또다시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이 추가적으로 재의요구권을 발동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총리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민주당의 본회의 직회부 관련 정부 대응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만드는 노력을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만약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의 요구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의요구권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고 정말 자주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유연한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놓고 여야 주도권 경쟁

아울러 당정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희망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사업 대상을 69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렸다. 이에 민주당이 정부지원금과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붙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지자체에 사업을 권유하고, (추가 재정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의해 희망하는 전 대학에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는 앞서 7일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완전체'를 갖춘 뒤 처음 열렸다. 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임위 중심' 당정 활성화를 통해 협의를 내실화하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 모두 공감했다고 한다.

김민순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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