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번째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되면서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했다. 해외여행 이력이나 확진자와의 접촉 없이 감염된 만큼, 또 다른 '숨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피부 발진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내국인 A씨가 7일 엠폭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3일 5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국내 6번째 환자다.
6번째 확진자는 첫 국내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A씨는 최근 3개월 이내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고, 5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될 경우 '숨은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 A씨는 3월 말부터 피부발진 증상을 보였는데, 의료기관 방문 전까지 보름간 A씨와 만난 접촉자들도 밀접 접촉 여부에 따라 위험에 노출됐을 수 있다.
또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미 4개월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방역체계에 포착되지 않은 숨은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더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4번째 확진자는 3번째 환자의 피부 병변 검체를 채취하다 주삿바늘에 찔려 감염된 의료인이다. 의료기관 전파 사례로 일반적인 감염과는 다르다.
문제는 엠폭스 특성상 감염 사실을 숨기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엠폭스 확진자 대부분 동성 간 성적 접촉 과정에서 감염되는 탓에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건당국도 감염 의심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숨어버릴 경우 지역사회에 전파될 수 있는 만큼, 낙인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당국이 A씨의 거주지나 방문 지역, 성별, 연령 등도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질병청은 "엠폭스는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파 위험도가 낮은 만큼 과도한 긴장과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사회 확산 억제를 위해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엠폭스 발생 국가 방문력이나 의심 환자 밀접 접촉 등의 위험 요인, 수포성 발진, 급성 발열, 두통 등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질병청 콜센터(1339)로 연락해 상담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