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 곳 중 두 곳 "고금리 계속되면서 수익 못내"

입력
2023.04.10 09:30
대한상의, 제조기업 302개사 대상 조사
71% 긴축경영 시행 중


기업 세 곳 중 두 곳이 고금리 지속 탓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공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1.0%가 '이익과 비용이 비슷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했고, 24.3%는 '적자로 전환됐다'고 답했다. 11.0%는 '적자가 심화했다'고 했다. 응답 기업의 66.3%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결과는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나왔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현 3.5%에 이른 기준금리를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9월 상의가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이 수익 실현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였다.

실제 "고금리 기조로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나빠졌다"는 기업이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6.3%나 됐다. 어려움 없거나 자금사정이 개선됐다는 기업은 14.4%에 불과했다.



기업 10곳 중 1곳, 인력감축으로 버텨


고금리 부담을 기업들은 긴축경영으로 버티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응답은 20.2%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71.0%로 급증했다.

문제는 긴축경영 조치로 인력감축까지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긴축경영 방법으로 가장 많은 ①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복수응답)을 꼽았고, 이어 ②투자 축소(24.9%) ③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④희망퇴직·고용축소 등 인력감축 등에 들어갔다는 응답도 9.4%나 됐다. 대한상의 측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고금리 지원책마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원책의 활용도에 대해 응답 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 활용해본 적 없다'고 했고,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도 17.3%나 됐다.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지원책은 ①금리 기조 전환(58.7%) ②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③대출보증지원 확대(8.7%) ④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등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금리 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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