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땅의 공매대금을 국가가 추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문제는 손자 전우원(27)씨가 최근 가족들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7일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신탁사에 넘긴 경기 오산시 땅 5필지 중 3필지를 환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땅은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에 대한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재판부는 "신탁사는 전 전 대통령에게 미납 추징금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부동산이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고 있었다"며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자가 그 정황을 아는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해 불법재산 등의 소유권을 신탁하는 것은 신탁제도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신탁사는 "범인이 사망할 경우 몰수나 추징 등 집행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부동산 대금이 적법하게 배분 처분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이전"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2008년 교보자산신탁과 오산시 임야 부동산에 대한 신탁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넘겼다. 2013년 검찰은 해당 땅을 불법 자산이라고 판단해 압류했고, 2017년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이를 공매에 넘겼다. 교보자산신탁은 이에 "공매 대금 배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3필지 매각 대금에 해당하는 55억 원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교보자산신탁이 제기한 압류처분 무효소송에서 검찰 압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5필지 중 소송 대상이 아닌 2필지 매각 대금 20여억 원은 국고로 귀속됐다.
1997년 대법원은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확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922억 원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2021년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