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 대표기업 BYD(비야디)의 류쉐량 아태자동차판매사업부 총경리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6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비야디 1톤(t) 트럭 '티포케이(T4K)' 출시 행사장에서 그는 ①2014년 전기버스 20대가 제주도에 갔고 ②그 버스는 지난달 301대까지 늘었으며 ③이들의 총 운행 거리는 2,500만km에 달한 점 등을 나열하며 안전성이 한국 시장에서 검증됐음을 강조했다. 상용 전기차 T4K에 이어 승용 전기차 도입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대륙의 전기차'들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그동안 내수용으로만 여겨졌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배터리와 전기차 품질에 대한 자신감까지 장착하며 지난해 10월 열린 프랑스 파리모터쇼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데 이어 올해 한국 시장 공략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날 행사를 통해 법인을 넘어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한 판매도 공식화된 셈이다.
T4K는 비야디의 국내 개인 고객 공략을 위한 선봉장이다. 그중 1번 타자인 'T4K 슈퍼캡 롱레인지 프리미엄' 가격은 4,669만 원으로, 상위 트림 기준 최고 4,500만 원대로 설정된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 기아 '봉고3 EV'보다 비싸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소상공인 국비 지원금 등을 받으면 1,900만 원대 구입도 가능하다지만, 동급의 국산 모델보다 저렴한 값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집은 것이다. 비야디 상용차의 국내 유통을 맡은 GS글로벌의 이영환 대표는 "우리는 퀄리티(양질의 제품)로 갈 수밖에 없다"며 "버스와 마찬가지로 트럭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T4K를 조목조목 살펴보면 자신감의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T4K에는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약점인 부피 문제를 극복하고 장점인 열 안정성을 강화한 비야디의 차세대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가 들어 있다. 국내 1t 전기트럭 중 최대용량인 82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 시 환경부 인증 기준 상온에서 246㎞, 저온에서 209㎞ 주행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여름엔 서울에서 전북 정읍·임실, 경북 김천·안동, 강원 동해까지 갈 수 있고, 겨울에도 전북 군산·무주, 경북 예천까지 갈 수 있다.
국내 상용차 최초로 전기차의 전력 에너지를 외부로 보내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담긴 점도 소비자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동승석 후면에 위치한 충전구에 전용 젠더를 연결해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등을 차량 밖에서 작동할 수 있다. 실내에는 별도 220V 플러그를 통해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T가 협력한 점도 눈에 띈다. 티맵모빌리티는 실내의 12.8인치 스마트 패드를 통해 EV 전용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카카오T는 T4K의 구매상담 신청 창구를 책임진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등장이 현대차·기아 중심의 국내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트럭만 해도 현대차·기아 독점 체제였다"며 "비야디 차량의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져 승용차까지 국내에 올 경우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