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의원 정수 줄이자는 여당, 국면 전환용인가

입력
2023.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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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가 10일부터 열릴 예정이고 논의 대상 세 가지에 의원 정수 축소안은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서 뜬금없이 의원수를 줄이자니 황당하다. 최근 당 지도부 설화에 5일 재보궐 선거 부진까지 겹치자 국회의원 정수 축소 여론을 이용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정수를)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심을 앞세웠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에 찬성하는 응답이 57~69.3%에 달했다는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이 정쟁만 하는 국회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민심을 받드는 방법은 여당이 야당과 협치해 필요한 입법 성과를 내고, 대통령 줄서기가 아니라 정부 견제에 나서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대중에게 잠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영합적 정치일 뿐이다. 비례성·다양성을 확대해 양당 독점 체제를 극복하자는 선거제 개편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여당이 의원 정수 축소를 제기한 시점도 의심스럽다. 분명한 근거와 의지가 있었다면 정치개혁특위에서 진작 제기했을 일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쓴다”고 비판했는데, 지금 정황상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줄곧 지지율이 하락세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잇단 실언으로 ‘한 달 자숙’에 들어갔고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법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주장해 비웃음을 샀다. 5일 재보선에선 울산 남구 구의원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여당이 정치적 궁지를 벗어나려고 엉뚱한 이슈를 던지고 그 대가로 선거제 개편을 희생시켜서야 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