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실트론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대기업의 잇단 투자는 구미의 투자 환경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경북 구미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이번엔 반도체다. 구미시가 가진 첨단산업 분야의 저력은 구미국가산업단지가 남긴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1970년대 섬유ㆍ전자, 1980년대 컴퓨터ㆍ반도체, 1990년대 백색가전ㆍ전기ㆍ전자 등의 제조업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IT와 모바일 산업을 중심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전국 기초지자체 중 수출 1위를 지켰다. 요컨대, 수출산업분야에서 두터운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충만한 산업도시가 바로 구미다.
구미시는 수출도시의 영광을 이을 다음 산업으로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 역량은 차고 넘친다. 지난 50년간 전자와 반도체, 첨단소재에 이르기까지 첨단산업을 발전시켜온 도시인 만큼 반도체산업 핵심 요소인 산업단지 부지,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 등에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취임 첫날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회사인 SK실트론 구미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현안 사항을 청취해 반도체 산업 구미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구미시는 첨단전략산업 및 전략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 2월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특화단지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시장은 “구미가 가진 경쟁력을 여실하게 보여주기만 한다면 정부에서도 반드시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북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받아 소재부품 산업의 공급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정부가 첨단전략기술의 초격차 선제 확보 등 글로벌 첨단기술 속도 경쟁 우위를 점하고, 첨단전략산업의 안정적인 생산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산업 클러스터로 신속히 육성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선정되면 인프라 구축, 첨단전략산업 육성, 인허가 간소화, 금융 및 세제지원 등 특화단지 특성에 맞는 전방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완성품에 비해 취약한 소재ㆍ부품 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자립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도체 소재 부품산업은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방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비용 절감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이 부분의 취약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집적화 되어 있는 반도체 소재ㆍ부품 산업을 바탕으로 수도권 반도체 소자기업 및 전방 수요산업에 반도체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생태계 완성형 핵심 소재ㆍ부품 특화단지를 구축하여 반도체 초격차 달성을 위한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기지로서 중요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관련해 구미의 강점은 확실하다. 12인치 웨이퍼 분야에서 세계 3위를 점하고 있는 SK실트론, 통신반도체 기반 분야 세계 1위 LG이노텍(반도체기판), 퀘츠웨어 세계1위 원익큐엔씨, 소신호 트랜지스터 세계 7위 KEC(전력반도체칩), 디스플레이 구동칩 세계 2위 매그나칩반도체, 패키징사업 세계 3위 엘비루셈(DDIC패키징)를 비롯해 삼성SDI(패키징소재), 월덱스(실리콘파츠) 등 반도체 소재부품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도기업의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선도기업과 협력기업의 밸류체인 강화를 통해 관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특화단지 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반도체 소재ㆍ부품 사업의 자립화 및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시는 첨단산업과 관련해 50년간의 노하우와 함께 반도체산업 핵심 요소인 산업단지 부지,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어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용수의 경우 현재 공급 가능량의 23%밖에 사용하지 않아 여력이 충분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할뿐더러 청정에너지,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을 구축하고 있어 RE100(Renewal Energy 100)이 우수하다. 이 밖에도 폐수처리시설과 가스공급시설, 폐기물처리시설, 통신시설 등의 세목에서도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거나 넉넉할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과 1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물류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요컨대, 반도체 특화단지를 위한 모든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다. 이 외에도 구미는 4개의 고속도로가 지나고 KTX와 경부선과도 연결되어 있다.
구미시는 반도체 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미시 반도체산업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했고, 기업, 교육 및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경상북도 반도체 산업 초격차 육성위원회’를 구성해 반도체 기업투자, 인력양성, 기술지원 등 반도체산업 초격차유지 및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반도체 산업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구미시는 반도체 특화단지 인력 확보를 위해 10년간 전문인력 2만 명 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경북 구미 반도체산업 육성지원 업무협약’체결을 통해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하여 정부의 반도체 인력 10년간 15만명 양성전략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을 통한 인력 양성과 R&D 전문 인력 교류 확대 등 반도체 인력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핵심기술 상용화, 제품화 등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포스텍, 디지스트, 경북대, 금오공대, 대구가톨릭대, 구미전자공고 등이 전문인력 양성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정ㆍ재계에서도 구미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구자근, 김영식 국회의원은 지난 1월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구미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 국회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 힘 주호영 원내대표, 양향자 국회의원, 노용호 국회의원 등 국회의원 11명과 반도체 전문가 및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문가들의 정책 자문과 반도체 산업 진단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속에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반도체 소재부품 중심 생산기지로서 구미시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2월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장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구미 2조3,000억 원 등 경북에 5조5,0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월7일 구미산단 내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구미사업장)와 구미전자공고를 각각 찾아 구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역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회장은 구미 스마트시티에서 양산 중인 갤럭시S23 제조 현장을 점검한 뒤 스마트폰 제조·개발·품질 담당 임직원들과 간담회,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격려했다. 이어 구미전자공고를 찾아 인쇄회로기판(PCB) 설계 수업 현장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기술 인재로서의 꿈’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또 지난해 7~12월엔 한화진 환경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헌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위 위원장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구미를 방문했다.
이들은 구미상공회의소 등에서 특강 등을 하며 구미시민들과 소통한데 이어 경북도·구미시가 총력을 쏟는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지정 및 유치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최근 SK실트론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대기업의 잇단 투자는 구미의 투자 환경을 방증하는 결과로, 구미시는 기반시설, 관련기업의 집적화, 지역 주력산업과의 연계성 등 특화단지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어 반도체 산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신속한 성과도출이 가능하다”며 “산업 관련 노하우와 미래 성장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경북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추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