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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다른 조각이 위에서 내려온다. 조각을 맞춰 가로줄을 채우면 조각이 사라지고 점수가 올라간다. 누구나 해봤을 게임 ‘테트리스’는 규칙이 단순하고 몰입도가 높다. 1984년 개발돼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인 게임이 됐다. 잘 만들어진 게임이 세계 대중을 사로잡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테트리스가 공산 종주국 소련에서 개발됐을 때 공산권은 여전히 ‘철의 장막’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했던 때가 아니기도 하다. 테트리스는 어떤 경로로 소련 밖에서까지 인기를 모을 수 있었을까.
미국인 헹크 로저스(태런 에저턴)는 일본에서 게임회사를 운영한다. 바둑게임을 개발해 1988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했다가 놀라운 게임을 발견한다. 테트리스였다. 그는 테트리스의 일본 내 사용권을 구입한다. 거대 게임회사 닌텐도 회장을 찾아가 사용권을 재판매하려 한다. 하지만 일이 꼬인다. 소련 밖 전 세계 사용권을 취득한 영국 회사 미러소프트는 일본 내 사용권을 닌텐도 경쟁사 세가에 되팔았다고 주장한다.
로저스는 난처하다. 닌텐도는 새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에 테트리스를 넣을 수 있는 권리만 확보하라고 요구한다. 마음이 급한 로저스는 관광비자로 소련 모스크바를 찾는다.
모스크바는 상상 밖으로 폐쇄적이다. 마음대로 관계자를 만날 수 없다. 늘 누군가 로저스를 감시한다. 로저스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관계자와 접촉한다. 테트리스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노프(니키타 예프레모프)를 우군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자세히 알아보니 미러소프트의 사용권 계약은 허점이 많다.
소련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있을 때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고위간부는 테트리스를 이용해 한몫 잡을 생각이다. 뇌물을 줄 의향이 있는 서구 사업가에게 테트리스를 내주려 한다. 영국 미디어 재벌 미러그룹의 후광을 등에 업은 미러소프트가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미국인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파지노프의 말처럼 로저스는 물러나지 않는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서도 테트리스 사용권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역경을 돌파해가는 로저스의 행보는 웃음과 긴장과 스릴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로저스의 시선으로 붕괴 직전 소련의 부패상, 경직된 사회구조, 공산국가의 폐쇄성, 냉전의 그늘(어쩌면 다시 시작됐을지 모를)을 전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윤리나 양심은 안중에도 없는 서구 재벌의 행태를 꼬집기도 한다. 요란한 소동극을 거쳐 테트리스는 세계로 뻗어나간다. 냉전을 뛰어넘은 로저스와 파지노프의 우정이 끝을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