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양곡법 '대안 경쟁' 뒷전이더니... '밥 한 공기 비우기' 제안 논란

입력
2023.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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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6일 양곡법 관련 과잉생산 쌀 해법 논의
野 법안 추진 후 與 대안 경쟁·절충 노력 뒷전
조수진 "밥 한 공기 비우기"... 섣부른 발언 논란

국민의힘과 정부가 6일 구조적인 쌀 과잉 생산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후반기부터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의무 매입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에 기댄 채 야당과의 대안 경쟁이나 절충안 마련에 뒷전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5일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같은 주먹구구식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6일 민당정 협의회 개최... '뒷북 대응' 논란

국민의힘과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논의 대상에는 밀·가루 쌀과 같은 대안작물 재배 지원 등 쌀 과잉 생산에 대한 해결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전략작물직불제,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직불금 예산 5조 원 증액 등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을 때부터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여론전에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쌀 과잉 생산, 낮은 식량자급률에 대한 여권의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하면서 의무 매입을 반대했어야 했다"며 "무조건 '대통령 거부권'만 외쳤다"고 말했다.

野 양곡법 추진 후 與 발의 법안은 단 1건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월 민주당이 발의했던 정부 의무 매입 기준을 완화한 절충안을 두 차례 제안했음에도, 국민의힘과 정부는 의무 매입 규정이 있는 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야당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아무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한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슈가 불거진 뒤 국민의힘이 발의한 관련 법안은 단 1건이다. 이마저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나흘 전인 지난달 31일에 발의됐다. 현행법과 사실상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민주당에서 발의된 법안을 반대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대안 마련에 마냥 손을 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 대신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가루 쌀·밀·콩 등의 재배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민·당·정 논의에서 거론될 방안과 비슷한 내용이다.

조수진 "밥 한 공기 비우기"... 이준석 "이걸로 대안 경쟁?"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재의결 등을 검토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과잉 생산된 쌀 문제와 관련해 "(민생특위에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쌀이)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이 정책 대안으로 비치면서 여야로부터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처참한 인식 수준에 기가 막힌다"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느냐"고 했고, 이준석 전 대표도 "이걸 갖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항변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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