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안전진단 땐 '양호'... 30년 된 분당 정자교 왜 무너졌나

입력
2023.04.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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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 45분쯤 인도 등 일부 붕괴
40대 여성 사망, 20대 남성 중상 
지난해 하반기 안전점검 '양호'
인근 불정교도 침하 민원 제기돼 통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일부가 붕괴돼 다리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성남시가 실시한 지난해 하반기 안전진단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터라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5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00-3번지 정자교 인도 40여 m 구간과 차로 일부가 붕괴됐다. 당시 구간을 지나던 40대 여성 A씨와 남성 B(27)씨 등 2명이 5m 아래 탄천 산책로로 추락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B씨는 허리 등에 중상을 입어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고가 난 정자교는 길이 110m, 폭은 26m 규모의 왕복 6차로 교량으로, 분당신도시 조성 때인 1993년 준공됐다. 2년마다 탄천 교량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말 정자교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양호'를 의미하는 B등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사고 직전까지도 별다른 붕괴 조짐은 없었던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보행로가 사고 전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며 “인도도 천천히 붕괴한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사고 당시 주변 수도관이 파열된 것을 확인하고 연관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전날부터 밤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노후화된 교각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성남시를 상대로 교량 안전점검 적절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과 함께 사망자에 대한 예우와 중상자에 대한 치료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사과했다. 신 시장은 이어 “국토안전관리원이 사고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으로, 사고 원인 파악 후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에 나서겠다”며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전면 긴급안전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는 정자교에서 상류로 900여m 떨어진 불정교 역시 이날 정오부터 양방향을 통제했다.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일부 구간에 침하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인데, 시는 "침하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불정교는 교량과 지반 사이에 높이 차가 있어 평소에도 침하를 우려한 민원이 많았다"며 "지난 1년간 계측기를 통해 관찰한 결과 문제는 없었으나, 안전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통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는 6일 오전 국토교통부와 함께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통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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