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일원에 조성된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는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가한 '대덕연구학원도시'를 모태로 출발해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과학기술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누리호와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 정보통신기술을 견인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33개 기관에 4만여명의 연구인력이 포진해 있다.
대덕특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과학의 요람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 냈다. 정보통신과 원자력, 바이오메디컬, 항공우주 등 각 분야에서 창출한 누적 경제 파급효과는 2019년 기준으로 374조 원에 이른다. 각급 정부 출연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2,243개 입주기업, 기업 부설 연구소 등에서 나온 총매출액은 19조2,769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와 꿈의 에너지 '인공태양(KSTAR)', 세계이동통신의 표준이 된 CDMA, 달리는 로봇 휴보 등도 대덕특구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대전시는 이렇게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해 온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아 연중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첫 행사는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과학사랑 음악회'다. 음악회에선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 서곡, 김동진의 목련화 등 아름다운 오페라와 가곡을 들을 수 있다.
이어 오는 28일 시민천문대일원에선 '별축제'가, 29일에는 시민과 과학산업종사자가 참여하는 '과학마을 어울림마당 경기대회'가 열린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특구 50주년을 맞아 오는 27일부터 4일 간 대전 엑스포시민광장과 과학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과학축제에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6월에는 자치구와 연계해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10월에는 엑스포 시민광장 일원에서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하반기에는 과기정통부와 공동으로 대덕특구 미래비전 선포식을 할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대덕특구 내 출연연이 순차 개방된다. 연구기관 특성상 폐쇄적인 탓에 끊이지 않는 '대전 속 섬'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에서다. 일단 다음 달 한국화학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이 7월까지 차례로 개방할 예정이다.
향후 대덕특구 50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재창조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재창조 사업은 정부와 대전시가 50년 된 대덕특구를 개방형 혁신클러스터로 만드는 것으로, 총 사업비만 1조954억 원에 달하며, 올해부터 2040년까지 진행된다. 대덕특구의 우수한 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사업화·창업화로 연결하고, 경제성장까지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사업 종합이행계획에는 '대한민국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를 비전으로 10개 핵심과제를 포함한 34개 세부과제가 담겼다.
우선 안산, 장대지구 등 인접 산단을 편입해 대덕특구의 구역을 확장하고, 연구성과의 실증·사업화의 연결을 강화한다. 대덕특구의 첨단기술을 지역에서 신속하게 실증·확산시키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출연연·대학·기업 간 융합연구 및 연구성과의 사업화·창업 연계를 활성화하는 개방형 거점이 될 융합연구혁신센터도 조성한다.
출연연 유후부지에는 정보통신기술, 우주, 바이오, 나노·반도체 등 출연연의 실험실 및 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마중물플라자를 건립한다. 대덕대로와 가정로 탄동천변을 인접 출연연과 연계한 과학테마 중점거리로 조성해 시민들의 과학체감 확산도 꾀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덕특구 재창조는 대전의 발전을 넘어, 지역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낼 중요한 과제"라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과학수도인 대전이 대덕특구와 '원팀'이 돼 적극 협력해 미래 50년 도약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