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글로벌 흥행, 이런 날도 있어야죠" [HI★인터뷰②]

입력
2023.04.05 19:03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한국 콘텐츠들의 글로벌 인기 속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길복순'은 공개 이후 입소문을 타더니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에서 정상을 탈환했다.

이는 배우 전도연에게 전작인 tvN '일타스캔들'의 흥행에 이은 연타석 히트의 기쁨을 선사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길복순' 관련 인터뷰에서 만난 전도연은 '길복순'의 글로벌 인기에 "잘 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날도 있어야죠. 사실 조금 지쳐 있을 법도 한데 앞으로 더 힘내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길복순'은 그야말로 전도연을 위해 기획된 '맞춤형' 작품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과 작품을 하기로 의기투합한 후 전도연의 실제 모습을 모델로 '길복순'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사실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감독님께서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주셨던 작품이에요. 제가 일 할 때의 모습과 그냥 집에 있을 때의 제 개인적인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간극을 흥미롭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자신도 없었고 반신반의 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니 장르적인 면과 엄마로서의 평범한 일상 속 길복순의 모습들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서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킬러들의 세계관을 다룬 영화는 그동안 너무 많았지만, 저는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킬러들의 세계가 현실에서 제가 몸 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길복순'은 '킬러와 액션'이라는 포장지 안에 로맨스, 엄마와 딸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 있잖아요. 그 부분이 제게는 너무 신선했고 흥미로운 지점이었어요."

이와 함께 전도연은 변 감독이 밝힌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적수 없는 킬러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변성현 감독님이 제게 '선배에겐 일 할 때의 당당한 모습이 있는데, 왜 저런 당당한 사람이 작품 속에서는 늘 희생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길복순'에서는 희생이 아니라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캐릭터로 설정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해주셨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감사하고 감동이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칫 일관성이 없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길복순 캐릭터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했다.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서는 복순이라는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복순이 캐릭터 이렇게 해도 괜찮냐'라는 말을 했더니 감독님께서 '선배님(전도연)이 그런 모습이다'라고 하더라. 일할 때나 집에서, 또 사람들과 있을 대의 모습들을 볼 때 조금씩 태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나. 그런 모습들을 녹여내신 것 같았다. 관객들에게 복순이라는 캐릭터가 온전히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런 면을 잘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도연은 작품 속에서 많은 추측을 낳았던 설정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극 중 제 딸의 아버지가 차민규(설경구)가 아니냐고들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감독님께 여쭤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딸의 아버지는 민규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차민규와 한희성(구교환)에 대한 길복순의 마음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복순이가 민규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존경심이었다고 생각해요. 민규의 마음은 알고 있으나 서로 가는 인생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거죠. 어느 순간 그런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복순이가 아이도 갖고 다른 삶을 계획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희성 같은 경우는 복순과 육체적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동료로서 의지하고 내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성적인 감정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전 출연작과는 또 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한 전도연은 앞으로 보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의 새 얼굴을 찾아가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동안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선택에 제게는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들을 보여드리면서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두 작품 모두 제가 생각지도 못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주신 거니까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계속 그렇게 소모되고 싶어요.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으니 작품을 통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가 아니라 제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끄집어 내서 소모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동안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캐릭터나 작품적으로 굉장히 다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배우로서 계속 다양한 이미지를 소모당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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