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중독→두려움' 이단 빠지는 3단계…탈퇴부터가 진짜 싸움 [터치유]

입력
2023.04.10 14:00
[마음청소] <23> '이단 전문가' 유연철 공감 심리상담소장 인터뷰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그걸 악용한 이단 잘못"
이단, 정서적 아픔 있는 이에게 '친밀함'으로 다가가
이단 중독 내면엔 나르시시즘의 상처로 인한 '결핍'
이단 세월을 담담히 인정하는 데서 회복은 시작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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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터치유 지기입니다. 리뉴얼한 터치유 브랜드이미지(BI) 보셨나요? 원래는 아래와 같았어요. 많이 변했죠? 기존 BI는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데서 비롯됐다면, 이번 BI는 더 다양한 독자층에게 다가가고자 분위기를 사뭇 다르게 해봤습니다.

다시 피어나는 이 봄처럼, 터치유의 마음도 얼굴도 새롭게 태어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마음의 응원과 참여 그리고 공감 부탁드려요.

오늘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입니다. 바로 사이비(似而非) 혹은 이단(異端)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를 마음돌봄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보다 사실과 경험에 기반한 분석·조언을 들려드리기 위해 한 전문가를 '마음청소'에 모셨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방영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시리즈는 사이비(似而非) 또는 이단(異端) 교단들의 성(性)범죄·횡령·살인 등의 혐의를 세세하게 다뤘다.

동시에 이단 주도세력뿐 아니라 이단에 동조하거나 복종한 신도들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일부는 이단 불법행위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단 포교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 가해자 혹은 공범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에 따르면, 한국에만 자칭 재림주가 40여 명에 달하고 이단에 미혹된 신도들만 약 20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규정된 이단만 60여 곳이 넘는다.

이단의 피해자이면서도 때론 가해자이기도 했던 신도들. 평범해 보이는 이들은 어떻게 믿기 어려운 이단·사이비의 포교에 넘어갔을까.

지난달 23일 오후 유연철 공감 심리상담센터 소장(서울신학대 상담심리학 박사)을 만났다. 10년 넘게 이단을 연구해 온 그는 이단 탈퇴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저서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기독교포털뉴스 발행)를 출간하기도 했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유 소장에게 물었다.

"이단엔 도대체 왜 빠지는 건가요?"

같은 이 질문에 수백 수천 번 답한 전문가이지만, 그의 말투는 명쾌함이나 자신감이 아니었다. 1시간여 이어진 인터뷰는 안타까움과 근심 그리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였다.

"이단, 정서적 아픔 있는 이에게 '친밀함'으로 다가가"

'교주의 신격화'와 자신의 집단에만 구원이 있다는 '구원교리'는 이단의 핵심교리다. 얼핏 들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 주장을 어떻게 믿게 되는 걸까. 특히나 이단 종교는 취약계층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단 신도들 중에는 명문대생을 포함해 사회 엘리트층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유 소장은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를 정서와 심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해가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정서적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이단의 미혹에 쉽게 넘어간다"며 "이단은 개인의 정서에 주목해 '친밀함'으로 다가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단은 문화행사, 심리상담, 설문조사 등의 심리적인 요소를 이용한 포교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이단은 정서적 결핍을 전략적으로 이용합니다. 현대 사회는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기 쉽습니다. 유아기 시절 충분한 돌봄과 지지를 받지 못해 생긴 무의식적 불안과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기인한 불안 등이 있죠. 명문대생도 많은데요. 그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이단에 넘어가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낙오에 대한 불안을 겪다가 친절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포교에 당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과도한 신앙적 열정을 갖고 있거나 △기존의 정통교단에서 소속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 이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그렇다면 이단·사이비 단체는 어떤 단계를 통해 기신자들을 포섭하는 걸까. 유 소장은 "이단 신도는 기성 종교에 위장 등록해 활발히 활동하면서 포교대상자를 선정한다"며 "포교대상자의 욕구와 가정형편 등을 파악, 심리적으로 공감 및 위로해 주며 신뢰관계를 쌓은 뒤 이단 단체로 인도한다"고 전했다.

사고의 왜곡→종교중독→의존·두려움의 단계

그렇게 심리적인 갈증이 채워진 신도들은 서서히 이단의 세계에 세뇌된다. 유 소장은 이를 '중독적 사고'로 바라봤다. 이단의 교육 체계가 중독성 사고를 조장한다는 얘기다.

이단 신도들의 중독적 사고는 우선 '사고의 왜곡'이라는 행동 패턴을 나타낸다. 정신폭력 전문가인 아브라함 트월스키는 "중독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심취돼 스스로를 기만한다"며 "왜곡된 사고가 지속되면 현실 인지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설명한다.

이단은 주로 성경에 기록된 상징 숫자인 14만4,000명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희소성 모델'(물질이 희소하므로 모두가 골고루 나눌 수 없다는 개념)과 '터널비전 현상'(자신이 관심을 가진 한 가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지 못하는 심리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단에서는 신도들로 하여금 '희소한 구원'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도록 유도합니다. 세뇌된 이들은 이 안에 들어가기 위해 온 삶을 바치죠. 여기에 교주가 자신을 계시받은 선지자라 주장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진 이들에게 종말의 때와 시를 알려 줍니다. 자신과 함께하면 영생할 수 있다는 말로 미혹하면서 자신에게 집착하게 만드는 거."

유 소장은 "이단 교주들은 '힘의 불균형'이라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를 악용한다"며 "그들의 설교 태도는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 있는데, 이게 유약한 신도들에게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치며 의존적 관계로 발전하는 토대가 된다"고 꼬집었다.

"교주는 구원박탈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심리적 통제권을 갖게 된 후, 자신의 교리에 예속된 삶을 살도록 신도들을 조종합니다. 이단 신도들이 가정과 직장 등 모든 인간관계를 차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이단의 심리조작이 한 인간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말살시키는 셈이죠."

"이단 탈퇴 이후가 진짜 싸움의 시작"

한편 교주의 실체와 교리의 허구성을 깨닫고도 이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행동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바꾸게 된다는 이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유 소장 또한 "교주가 구속돼도 신도들은 자신의 믿음이 깨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자신의 믿음과 행위를 오히려 강화한다"며 "교주를 범법자로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신앙과 모든 삶이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주는 죄가 없다'고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교활동을 위해 학교와 가정을 버리는 이들도 결국 사람인지라 7, 8년이 지나면 지친다"며 "조금씩 이단의 교리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탈퇴 2, 3년 전부터는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힘겹게 탈퇴를 한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유 소장은 "탈퇴는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또 다른 고통의 출발"이라며 "탈퇴자들은 정체성의 대혼란 때문에 배신감, 억울함, 자책감, 죄책감으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주로 대학교 저학년 때 이단에 빠져들어 10년가량의 세월을 보내게 되면, 취업 시기를 놓쳐 사회부적응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지낸다는 얘기다.

유아기 시절 나르시시즘의 상처, 의존 혹은 과대망상으로

이렇게 이단에 중독된 이들의 내면에는 나르시시즘의 상처로 인한 '결핍'이 있다는 분석이다. 자기심리학을 주창한 현대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은 나르시시즘을 발달과정의 건강한 잠재력으로 봤다. 나르시시즘은 초기 유아기의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무의식적 욕구에서 비롯된 건데, 만약 생애 초기 양육자에게 적절한 공감과 돌봄을 받지 못하면 이에 상처를 입게 된다. 성인이 돼서도 늘 정서적으로 외롭고 불안한 상태이기에, 교주에 대한 의존과 이상화(理想化)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주는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을까. 교주들은 반사회적 성격이나 사이코패스 등의 성향을 보인다. △신도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일삼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 △약자를 향한 공격성으로 무의식적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 △자신의 기분이나 욕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이단 교주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유 소장은 "자기애가 강한 교주들의 카리스마는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으로, 자기중심적이며 과시적 욕구가 강하다"면서 "자신이 이 시대의 구원자라는 과대망상적 사고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 내면의 미해결된 과제와 분노가 가학성 성격 장애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의 상처에서 시작된 자기애적 분노 현상이 종교 집단에서 발생하면 극단적 사례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1987년 종말론을 내세우며 집단 자살을 한 '오대양 사건'이다. 자기애적 분노가 공동체 스스로를 향한 공격성으로 작용해 집단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일으킨 것이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그걸 악용한 이단 잘못"

유연철 소장은 30여 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서울의 한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청소년 대상 교사로 헌신했다. 그러던 중 2010년 교회 인근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너무나 열심히 전도하는 이단 신도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 전문적으로 이단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센터에 탈퇴자들의 상담 요청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단에 빠진 이들을 어떻게 사회로 돌이킬 수 있을까. 유 소장은 "애정인내가 중요하다"며 "주변의 '나는 너를 절대 포기 안 해'라는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탈퇴 이후 발생하는 현실적인 공허감과 허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회복 기간을 가지게끔 해야 한다고.

이외에도 '자기수용'의 자세도 필요하다. 이단에서 생활했던 지난 세월을 담담히 인정하는 데서 회복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스스로에게 얘기해주세요. 나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다고.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었을 뿐. 이 점을 악용한 이단이 잘못한 거라고."
유연철 소장

이단의 가스라이팅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사람이든 적당히 교제가 이뤄졌을 때 성경공부를 권유하거나 신앙적 교제를 위한 단체를 소개해 준다고 하면 거절해야 한다고 유 소장은 조언했다. 또 그는 "길거리 선교 혹은 봉사단체에서 설문서 작성을 요청할 때 전화번호 등을 기록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종교중독 자가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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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터전, 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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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