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에어 조던’이란 도약대를 어떻게 마련했나

입력
2023.04.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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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과 계약 비화 담은 '에어' 5일 개봉
컨버스 아디다스 따돌린 나이키 성장사 담겨

3등 기업이 당장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 단숨에 1등이 되는 비법은 없을까. 날카로운 혜안으로 될성부른 스타를 일찌감치 확보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잠재력 있는 인물을 알아보기 쉽지 않을뿐더러 그가 남다른 재목이라고 경영진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는 극적인 일이 있기 마련. 영화 ‘에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가능토록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4년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전통의 업체 컨버스가 시장 점유율 54%, 아디다스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는 17%로 한참 뒤처진 3위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러닝화 부서와 비교까지 된다. 농구화 부서 직원들은 부서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나이키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농구 유망주 마이클 조던을 도약대로 여긴다. 미 프로농구(NBA) 코트에 아직 서보지 않은 대학 졸업 예정자이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한다. 문제는 조던이 아디다스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대학 시절엔 팀 계약에 따라 컨버스 농구화만 신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와 컨버스는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데 나이키는 이들을 압도할 정도로 거액을 쓸 수가 없기도 하다. 바카로는 조던의 이름을 붙인, 조던을 위한 농구화 ‘에어 조던’ 생산을 미끼로 조던의 마음을 사려 한다. NBA 규칙까지 어기며 조던에 맞는 색상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필 나이트(벤 애플렉)를 설득하는 일부터가 어렵다.

영화는 바카로와 상사 롭 스트라서(제이슨 베이트먼)가 악전고투 끝에 조던을 포섭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바카로와 스트라서가 컨버스와 아디다스에 맞서 상황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농구 코트를 오가는 선수들의 움직임처럼 긴장감이 넘친다. 운 좋게도 컨버스와 아디다스는 ‘턴오버’를 연발한다. 바카로와 스트라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전 클린 슛을 던진다.

나이키는 조던을 품으며 1등 기업으로 떠오른다. 관례 대신 혁신을 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조던의 어머니 델로리스(비올라 데이비스)는 ‘에어 조던’ 수익금의 5%를 배분해 달라고 요구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까다롭게 굴던 나이트는 업계에서 전례가 없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는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절로 벌게 된다”고 말한다. ‘에어 조던’은 출시 첫해 매출 1억6,200만 달러를 기록한다. 지난해 조던이 분배받은 수익금은 2억5,600만 달러다 . 나이키는 2003년 컨버스를 인수한다.

조던이 주요 인물이나 영화는 매번 그의 뒷모습만 담는다. 배우가 얼굴을 드러내고 연기하면 조던의 강한 이미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대신 어머니 델로리스의 역할을 부각했다. 조던이 어머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강조한 점이 반영됐다.

애플렉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르고’(2012)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거머쥔 그는 완급을 조절하는 원숙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긴장 어린 장면에 유머를 넣어 재미를 더한다. 40년 지기 데이먼과의 연기 앙상블 역시 좋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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