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돌려막기로 세입자 77명 보증금 54억 가로챈 40대 구속

입력
2023.04.05 00:10
자본 없이 전세 끼고 빌라 6채 매입
설정된 기존 보증금 줄여 말하기도

돈 한 푼 없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건물을 사들이고 다시 전세를 놓는 수법으로 세입자 77명의 보증금 53억5,900만 원을 챙긴 40대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형사2부(부장 신종곤)는 4일 자본금 없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6채를 매수한 뒤 임차인들로부터 54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40대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2015∼2019년 금융권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으로 대구 남구, 서구, 달서구 빌라 6채를 차례로 매수한 뒤 임차인 77명에게 전세보증금 53억5,9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건물을 매수하고 철거한 뒤 빌라를 짓고 임차보증금을 받아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지급하는 수법을 연달아 활용했다.

A씨가 소유한 빌라들의 담보평가액은 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적어 이른바 '깡통전세' 건물이었다. 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때면, 다른 건물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는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세입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건물에 설정된 선순위 보증금을 대폭 줄여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1월 30일 경찰과 핫라인을 구성하고 담당 경찰관들과 협력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부동산 전세 사기는 청년과 서민들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주택도시보증공사 산하 전세피해지원센터와 협력해 전세 피해자에게 금융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별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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