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수산물도 막기 힘들어”

입력
2023.04.05 10:00
일본 6, 7월부터 30년간 오염수 방류 예정
전문가들 "방사성 물질 그대로, 희석도 의미 없어"
"방류 허용하면 수산물 수입 막을 논리 깨져"

방사성 물질이 든 오염수를 이르면 6월부터 바다에 방류한다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6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등 현지를 방문해 방류 저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발단은 일본 언론의 보도. 교도통신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당시(3월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왜곡 보도’라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3월 30일)이라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 (오염수에 대해) 세 가지 기준(①국제기준 검증 ②과학적 방식 ③한국 전문가의 참여)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오염수 문제에 대한 국회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저지 대응단’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일본 내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현지 여론은 어떤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6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방문은) 일본 의도에 끌려가 수산물 수입 문제를 공론화해 결과적으로 일본에 이득을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염수 안전한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 쌓이기 시작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다. 총 137톤으로, 삼중수소(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60종 넘게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했으며,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정화장치인 ALPS에는 25개의 큰 여과기가 들어가는데, (방사능 물질을 거르는) 세계 제일 기술을 써야 하는데 자국(일본) 기술을 쓰다 보니까 전부 2류 기술로 여과기의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며 “결국 방사성 물질의 4분의 3이 남아 있고 삼중수소는 다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정화 처리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염수를 100배 희석해 방류하는 것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희석해도) 거기(오염수)에 들어가 있는 건(방사성 물질) 변함이 없다”며 “소위 홍보 차원의 ‘립서비스’이고, 실효성이 없으니까 길어도 한두 달 하다가 그만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비롯해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플루토늄, 탄소14 등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이 그대로 방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는 물보다 3배 더 무거운 물인데, 몸에 들어가면 흡착하고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이 물질이 조금씩 전자를 내고, 전기 자극을 몸이 계속 받으면 당장은 아니지만 혈액암이나 백혈병 등 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도 수입되나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 정부는 수입 금지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면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2015년 “한국의 수산물 수입규제가 부당한 차별”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1심(2018년)에서 일본이 승소했다. 그러나 2심(2019년)에서는 이례적으로 결과가 뒤집혀 우리나라가 승소, ‘기적의 승소’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1심에서 일본이 이긴 논리는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치가 한국 수산물의 검역 기준을 다 통과한다, 근데 왜 막냐’는 거였다”며 “그런데 2심에서는 일본의 논리처럼 물고기 대 물고기(의 방사능 수치)로 비교할 게 아니라 ‘오염된 일반 해양 생태계가 아직 일본 수산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오염된 일본 해양 생태계와 우리 해양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이것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WTO 협정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논리로) 우리가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의 ‘오염된 해양 생태계’가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있었던 중요한 근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것은 "일본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게 된다고 송 변호사는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내놓은 (오염수 방류) 세 가지 조건은 본질적으로 친일적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라며 “IAEA가 문제없다고 하는 것은 일본 해양 생태계가 문제없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고, 결국 WTO 2심에서 승소했던 논리 자체를 대통령이 허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 중 ‘국제기준 검증’은 결국 IAEA의 검증을 뜻하는데, IAEA는 이미 2020년에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일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IAEA는 일관되게 일본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그는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에서 한국이 지는 길로 가고 있다”며 “오염수가 방출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의 다른 나라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태평양 연안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2일 중국에서 열린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인류의 건강과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며 일본은 책임을 지고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대로 미국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서균렬 교수는 “승인이라기보다는 묵인”이라며 “미국은 원자탄 2방을 날렸고, 태평양에서 원자탄, 수소탄 시험을 수백 번 해서 태평양 환초가 사라지고 그 주민이 아직도 못 들어간다. 원죄가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 한다”고 말했다. 또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쪽에서도 저지하려 하는데 국력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6, 7월부터 하루 2만5,000톤씩 약 2050년까지 3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