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시점 '0시→취임 선서 시'... 여야, 선거법 개정 합의

입력
2023.04.04 16:00
5면
국회 무기명 투표 전자장치 활용도 합의

여야가 대통령 취임 시점을 '취임 선서 시'로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합의했다. 신임 대통령 임기가 당일 0시에 시작돼 전임 대통령이 전날 관저에서 퇴거해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공직선거법 등 7개 법안을 4월 중 우선 심사·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 취임 시점을 현행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의 다음 날 0시'에서 '취임 선서 시'로 수정하기로 했다. 한밤중에 군 통수권을 이양하거나 임기 만료 전 전임 대통령이 관저에서 퇴거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두 원내대표는 합의서에서 "''취임에 즈음하여 선서'를 하도록 한 헌법의 취지를 살리겠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당선인 측이 5월 10일 0시부터 청와대를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묵고 10일 오전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시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할 때 전자장치를 이용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에도 합의했다.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부(부결)'자가 애매하게 쓰인 투표용지 2장이 나와 개표가 지연됐던 상황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당시 김 의장은 한 장은 '부'로 인정했고, 다른 한 장은 무효표로 처리했다.

여야는 또 법안 발의 시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한 대표발의 의원을 총 3인까지 기재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고치기로 했다. 그밖에 △업무방해죄 구성요건 개선 및 법정형 하향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 규정 △대출금 일부 연체 시 연체액에 대해서만 연체 이자 부과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임종실 의무 설치 등이 이달 안에 추진된다.

주 원내대표 임기는 오는 7일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날 합의된 내용은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조율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