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름 깜빡한 죄...인민일보, 신문 파쇄했지만 "책임자 처벌"

입력
2023.04.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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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시 주석 이름 빼먹은 논평 게재
서둘러 회수·파쇄 조치... 일부 신문은 유통

중국의 대표적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누락한 기사를 내보내 황급히 신문 배송을 중단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번 사태의 책임자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홍콩 명보와 미국 에포크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인민일보는 각 신문 보급소에 "30일 자 신문 배포를 중단하라"는 긴급 통지를 보냈다. 이에 각 보급소는 부랴부랴 이미 제작된 신문을 회수한 뒤 파쇄 조치를 취했다. 인민일보는 오류 수정을 거쳐 새로 신문을 인쇄했으나, 미처 회수되지 못한 일부 신문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인민일보 기사는 지난달 30일 자 5면에 실린 논평이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성을 다룬 것으로, 7번째 문단에는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위험과 도전 앞에서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시진핑 동지'라고 썼어야 할 부분에서 '시진핑' 이름 석 자가 빠진 것이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인민일보는 "상부 요구에 따라 사회에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이번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시 주석 이름을 빼먹은 신문의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시진핑 누락 사태'는 공개되고 말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미 유통된 일부 신문이 100위안(약 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 행보와 그 의미를 주로 분석해 왔다. 단순한 관영 언론 위상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공식 입장 및 지침의 전달 통로 역할을 담당해 왔던 터라 중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시진핑 우상화' 작업에 한창인 중국 분위기를 감안하면,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예상된다. 중국의 반체제 언론인인 가오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사건은 무거운 책임이 따를 큰 사고"라고 지적했다. 명보는 인민일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편집 및 유통과 관련된 책임자가 적절히 처리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인민일보는 2010년 12월에도 원자바오 당시 국무원 총리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바오(寶)를 '스(室)'로 잘못 표기한 신문을 발행한 적이 있다. 그 직후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원 총리의 한자 오기로 인민일보 관계자 17명이 각종 처분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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