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력 헬기들이 북미 원주민 부족과 전사의 이름을 애칭으로 삼는 전통은 1947년 전술전문가인 육군 장군 해밀턴 하우즈(Hamilton Howze)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 전후, 보병 전투와 항공대 공중 지원을 결합한 기동전술 개발 임무를 맡은 그는 전후 첫 헬기 호버플라이(Hoverfly)와 드래건플라이(Dragonfly)란 이름이 못마땅해, 각 장비의 전투력과 개성을 반영한, 호전적 용맹성을 고취시키는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벨(Bell)사가 제작해 한국전쟁에 처음 투입된 H-13 수송 헬기에 ‘수(Sioux)’라는 애칭을 부여한 게 시작이었다. 대평원 리틀 빅혼 전투에서 기습전으로 미 기병 7연대를 격파한 수족의 기동력을 염두에 둔 거였다. 헬기 ‘수’는 작전지역 부상자 후송용으로 베트남 전쟁에서도 활약했고, 하우즈는 1962~63년 주한 미8군사령관을 지낸 뒤 65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하지만 그의 명명법은 1969년 ‘육군 규정 70-28(Army Regulation 70-28)’로 명문화했다. 장비의 위엄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공격적인 정신과 신뢰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하며, 기동성과 민첩성, 화력, 지구력 등 장비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어야 한다는 원칙. 전차에는 장군들의 이름, 보병 무기에는 초기 개척자들의 이름, 돌격 무기에는 코브라 등 파충류나 곤충 이름, 육군 항공기에는 원주민 부족과 전사의 이름을 쓰도록 명시됐고, 각각의 이름은 인디언 사무국의 추천을 받아 저 원칙대로 정해지도록 했다.
베트남전 주력 수송헬기 ‘UH-1 이로쿼이(휴이)’와 다목적 헬기 ‘UH-60 블랙호크’, 공격 헬기 ‘AH-64 아파치', 정찰공격헬기 ‘RAH-66 코만치’ 등이 그렇게 불멸의 영광을 얻게 됐다. 그 전통은 육군 규정이 폐지된 뒤에도 이어져, 2008년 도입된 훈련 헬기 UH-72A는 ‘라코타’란 애칭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