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찬란한 슬픔의 봄'

입력
2023.04.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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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스트레스 이해의 달

‘스트레스(stress)’란 긴장, 짜증 등 정서적 압박감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이지만, 생체 항상성을 위협하는 모든 정서적·물리적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까지 통칭하는 용어다.


‘팽팽하게 조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스트링게르(stringer)’를 어원으로 한 ‘스트레스’는 헝가리 출신 캐나다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 1907~1982)가 다양한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부정적 증상과 반응 패턴에 주목, 동물 실험을 통해 상관관계를 검증해 1930년대 명명한 ‘일반 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 흔히 셀리에 증후군)’에서 유래했다.


스트레스에 잘 대처·적응하지 못하면 만성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뿐 아니라 심혈관계와 호흡기, 내분비계, 신경계, 근육계, 면역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의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또 질병 상관관계가 너무 광범위해서, 스트레스는 누구가 겪는 일상적인 환경자극처럼 말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보건 자원 네트워크(HRN)’라는 비영리 글로벌 보건단체가 1992년 매년 4월을 ‘스트레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달(Stress Awareness Month)’로 지정해 개인과 단체, 사회 차원에서 스트레스의 다양한 요인과 위험성, 대처 요령 등을 알려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4월인 이유는 봄의 계절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커지고 일조량도 늘어나 활동량이 많아지지만, 그런 환경적 격변에 생체 시계가 금세 적응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진학과 취업, 인사이동에 따른 후유증도 이맘때 몰려든다. 봄은 어느 사회건 연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계절이어서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 계절을 시인 김영랑은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