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당 선전·선동분야 간부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충실한 '확성기'가 되라고 촉구했다. 대남·대미 '강대강' 대치 국면이 길어지고, 식량난까지 겹쳐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선전전 강화를 통한 민심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당중앙의 크나큰 믿음대로 당 선전일꾼(간부)들은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의 역할을 다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신문은 "우리 당 사상사업의 기본 임무는 당중앙의 혁명사상으로 전당과 온 사회를 일색화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조건과 환경이 어렵고 간고해도 당의 사상과 노선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당 정책 관철을 제일생명으로 간직한 인민은 그 어떤 방대한 과업도 능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당 사상사업의 '유일관리제 원칙'을 부각하며 "사상사업의 내용에서는 그 어떤 창조성, 창발성도 허용될 수 없다"고 전했다. 당이 정해준 내용만 전파하라는 얘기다.
북한당국이 선전선동 분야 관료의 분발을 촉구한 건 김정은 정권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선 예년보다 길어진 한미연합훈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달 13∼23일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 연합연습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는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벌였다. 또, 한미일 3국은 3∼4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국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참가한 가운데 대잠전훈련과 수색구조훈련을 펼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보통 연합훈련 기간에 전시동원체제를 선포했다가 금세 해제하는데 올해는 그 기간이 길어져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도 지쳐갈 만한 상황이라 선전전 강화에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와 식량난 등으로 북한 사회가 잔뜩 위축된 점도 선전전 강화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국 규모의 체육축전을 열어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특히, 4월에는 북한의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어 선전선동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11일)과 김일성 생일(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91주년(25일)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