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인 통산 '100호 골'은 팀의 답답한 경기력 속에 침묵했다. 토트넘은 리그 강등권 위기에 있던 에버턴을 상대로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어렵사리 승점 1점을 챙겼을 뿐이다.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2~23 EPL 29라운드 에버턴과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채 1-1 무승부를 지켜봤다. 상대를 위협한 유일한 슈팅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무효 처리됐다.
손흥민은 이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사임한 이후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의 첫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는 해리 케인,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함께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지며 앞에 나섰다. 그러나 스텔리니 감독대행 역시 왼쪽 윙백으로 이반 페리시치를 두고 크로스에 의한 공격에 의존하면서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한 차례 좋은 장면을 보였다. 전반 43분 수비 뒷공간을 뚫은 손흥민은 클루세브스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을 날랐으나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 막혔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면서 손흥민은 '슈팅 0개'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달 콜롬비아와 우루과이 A매치 2연전을 치르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손흥민의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기대감을 높였던 EPL 개인 통산 '100호 골'도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 손흥민에 대한 평점도 낮았다. 풋볼런던은 평점 4점을 매겨 "고전한 밤이었다. 경기에 기여한 게 무엇이 있는지 기억해 내기 어렵다"고 평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여전히 공을 잡을 때 주저하고 공 소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손흥민에 평점 5점을 줬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부터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에버턴에 애를 먹었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막히기 일쑤였고 세밀한 패스가 이뤄지지 않아 번번이 공격이 무산됐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23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얻은 페널티 킥을 케인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하며 1-0으로 앞서갔다. 이후 에버턴의 압둘라예 두쿠레가 볼 경합 과정에서 케인의 얼굴을 손으로 치면서 퇴장당했다.
그러나 후반 37분 손흥민과 교체된 루카스 모라가 무리한 태클로 6분 만에 퇴장당해 분위기는 반전됐다. 후반 45분 에버턴의 마이클 킨이 토트넘 박스 근처에서 오른발 중거리포를 날려 1-1을 만들었다. 승점 3점으로 리그 3위로 도약할 뻔했던 토트넘은 승점 1점만 챙기며 위태로운 4위를 지켰다. 반면 리그 18위로 강등권이었던 에버턴은 승점 1점만으로 15위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