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품은 카카오가 이끌어갈 K콘텐츠의 미래는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3.03.31 15:55
8면
31일 SM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최대주주' 등극 
대표이사엔 '재무 전문가' 장철혁 전 CFO
생산부터 유통까지 가능한 '독점' 기업 탄생
창업자 이수만 "한 시대를 마감한다" 변화 수용

SM엔터테인먼트가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SM 현 경영진과 대주주인 카카오가 추천한 후보들을 새 경영진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지난 2월부터 SM 현 경영진과 창업자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 사이에 벌어졌던 1개월여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

이날 서울 성동구 SM 사옥에서 열린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는 장철혁 CFO가 맡게 됐다. 장 신임 대표이사는 글로벌 회계 법인 KPMG, PwC 등에서 일한 재무ㆍ회계 전문가다. 그는 "SM 3.0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앞둔 상황에서 대표이사 직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SM이 팬과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SM 3.0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해나가는 한편, 아티스트, 팬, 주주, 임직원 모두와 소통을 지속해나가겠다”고 했다.

경영권 분쟁 당시 SM의 우군을 자처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 등 현 경영진은 이날을 기해 임기가 종료됐다. 카카오와 지분 경쟁을 벌였던 하이브 측 후보들은 최대주주인 카카오와의 합의에 따라 모두 사퇴했다. 해외 체류 중이라 주주총회에 불참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내 이름을 따서 창립한 SM이 오늘로 한 시대를 마감한다. 나는 미래를 향해 가겠다"고 밝히며 SM의 새 출발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SM이 미래 전략으로 내세운 ‘SM 3.0’은 카카오의 SM 인수와 함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두 기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장 독점, 아티스트 독립성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혼자서 가능한 ‘독점’ 기업 탄생

SM이 카카오와 함께 추진할 ‘SM 3.0’의 핵심은 공연·음반 등 1차 지식재산권(IP)을 넘어선 ‘2차 IP 확대’다. 2차 IP 산업 활로가 필요했던 SM은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으로 날개를 달게 됐다. 국내 음원 사이트 1위인 멜론, 웹소설·웹툰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등에 SM의 IP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카오의 독점에 따른 플랫폼 업계의 수직계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카오가 유통 플랫폼 업계 꼭대기에 올라가면서 다른 플랫폼은 이를 넘어설 수 없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뿐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영화사 집과 사나이픽처스를 통해 ‘헌트’ ‘수리남’ 등 굵직한 작품을 배출, 영화·드라마 제작 분야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향후 카카오가 제작한 콘텐츠에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 출연,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한 사상 초유의 기업이 탄생한 것”이라며 “한 기업의 독점이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핑크 블러드’ 보존될까… 아티스트 개성 저해 우려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카카오의 정체성이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SM 특유의 개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M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거나 실험적인 곡을 선보이는 등 도전정신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매번 혁신을 우선한 SM의 방식은 손익 안정성을 중시하는 통상의 IT 기업이 보기에 무모한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김성수 평론가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카카오와의 협업이 오히려 SM의 고유성을 지킬 방안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카오가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선례를 보면 각 레이블에 간섭하지 않는 경영 방식을 취했다”며 “오히려 SM으로선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은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