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순신 없는 학폭 청문회는 무의미"… 다음달 14일로 연기

입력
2023.03.31 18:00
핵심 증인 정순신, 공황장애 이유로 불출석해
與 "수적 우위 이용... 청문회 공세장으로 이용"
野, 정순신 배우자·자녀도 증인 명단에 포함

국회 교육위원회는 31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다음 달 14일 다시 열기로 했다. 당초 이날 열기로 한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정 변호사는 물론 정 변호사 아들의 전학 취소 행정소송을 대리한 송개동 변호사가 불참하면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재개최를 요구하면서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 변호사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연기를 주장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애초부터 청문회를 정 변호사 아들의 공세장으로 이용하려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 "정순신, 갑자기 공황장애 진단... 청문회 농락"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정순신 증인 없이는 정상적인 청문회가 불가능하다"며 의사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정 변호사는 공황장애와 피고발 사건 수사를 이유로, 송 변호사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각각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정 변호사가 불출석 사유서와 함께 공황장애 진단서를 제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팔팔하던 정순신은 어디 가고 아들 비리를 밝히려고 청문회를 한다니 갑자기 3개월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한다"며 "우리 사회의 정의를 완전히 농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도 "정순신 아들 학폭은 권력형 학폭"이라며 "과정 곳곳에서 개입했던 정 변호사 부부가 나와야만 전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치적 성토장을 만들려는 거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활용해 일정 변경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일정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포기하는 건 학교폭력 대응 의지가 아니라 애초부터 정순신 아들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정 변호사가 안 나와서 (청문회를) 못 한다는 건 정 변호사를 불러다 정치적 성토장을 만들어서 정치쇼를 하려 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정순신 배우자와 아들도 증인 채택

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도 의사일정 변경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재적 13인 중 찬성 9인, 반대 3인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애초 청문회 개최 자체를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이날 권은희 서병수 이태규 의원 3명만 출석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연기뿐 아니라 다음 청문회에 정 변호사 배우자와 아들도 증인으로 추가한 청문회 증인·참고인 명단도 의결했다.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면서 1시간 30여 분 만에 끝났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청문회에 불출석한 정 변호사와 송 변호사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를 불참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아직도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많은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어서 실체를 밝히는 것이 야당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우태경 기자
김종훈 인턴기자
이다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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