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 앞에서 "김문기, 나랑 같이 李에 대면보고"

입력
2023.03.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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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판 유동규 증인 출석 법정 대면
"김문기, 2009년 세미나 전 李 접촉 가능성"
李 "사진 찍고 연락처 있다고 다 친하냐"
장외도 시끌... 이재명에 날계란 투척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에 두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주장을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사적·공적으로 친분이 없었다"는 이 대표 주장과 상반된 증언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 이 대표 및 김 전 처장과 호주·뉴질랜드로 해외출장을 함께 갔다.

재판 전부터 "거짓말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날을 세운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참석한 2009년 8월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세미나에 대해 "주최 측 간사였던 김 전 처장과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이 대표가) 초대되지 않았을 것이라 접촉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이 이에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소개하고 연락처를 나눴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세미나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토론자와 발제자 등이 서로 친밀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의 2014년 업무 보고 메모 중 "위례신도시 개발 수익금 관련 '2층 보고'"라는 대목도 주목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주무부서를 통해 서면 보고하는 거라면 굳이 '2층 보고'로 작성해둘 이유가 없다"며 "2층 보고는 일반적으로 시장실 대면 보고이고 시청 공무원들이 공사 직원들의 직접 보고에 불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 전 처장이 공사에 입사한 이후 이 대표에 알려주거나 소개해줬나'라는 검찰 질문에 "같이 보고하러 간 적 있다"며 "(이 대표가) 이미 아는 사람이라서 소개할 이유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이날 서로를 가끔씩 흘끗 바라볼 뿐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이재명 측 "사진 찍었다고 가까운 사이냐"

이 대표 측은 이날 직접 모은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과 사적으로 친밀하지 않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재명' 연락처 최소 2개와 이 대표 생일이 저장돼있는 것을 두고는 "연락처가 있다고 서로 인지하는 건 아니다"며 "생일 저장은 김 전 처장의 개인적 성향일 뿐 축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처장이 '이재명' 공식 채널과 주고받은 메시지"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골프를 치고 함께 찍힌 사진이 여러 개 있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분은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패키지 여행을 가면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엄청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로 가까운 사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2009년 리모델링 세미나를 포함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교류 가능성을 거론하자 "이름과 얼굴을 기억할 만한 자리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의 공적 관계에도 선을 그었다. 결재란에 김 전 처장과 이 대표 이름이 기재된 문서가 여럿 있지만 대면 보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이 살아생전 '(이재명 시장에게) 개인적으로 보고한 적도 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라고 했다"며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도 '시장실에 혼자 간 적 없다'고 했는데, 팀장급인 김 전 처장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외 싸움도 소란스러웠다. 이 대표 반대자들은 오전·오후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이재명 감방"이라는 고성을 질렀고,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는 이 대표 지지자들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80대 남성이 이 대표를 향해 날계란 2개를 던졌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