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송갑석, 이재명식 '안정·통합'에 다른 목소리 냈다

입력
2023.03.31 14:00
지지층 위주 정치 비판하며 '중도 확장' 강조
"탕평에 친명·비명·열성당원이든 걸림돌 안 돼야"

비이재명계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취임 첫 일성에서 대선 패배 이후에도 계속되는 민주당의 지지층 위주 정치를 비판하며 중도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친명계 일색'으로 평가됐던 지도부 목소리에 변화를 주겠다고도 예고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재선 의원인 송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됐고, 29일 당무위원회에서 정식 인준됐다. 송 최고위원 지명을 비롯한 이번 인사는 이재명 대표가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요구를 수용하면서 단행됐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적대적 대결정치의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는 양 진영 사이에 무당(無黨)파로 불리는, 전에 없는 드넓은 바다가 우리가 들어야 할 최우선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로부터 소외된 그들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며 "바로 그 지점에서 민주당의 변화와 승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런 탕평의 길에 친명이든 비명이든,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당원들이든 그 걸림돌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내홍을 불렀던 계파 갈등이나 강성 지지층 문제가 외연 확장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재명이 강조하는 '안정과 통합'에도 다른 해석

송 최고위원은 사법 리스크 위기를 겪는 이 대표가 강조하는 '당의 안정과 통합'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안정이 하던 그대로 일정하거나 변한 것이 없이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 자명하다"며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는 정당은 그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고 역설적으로 안정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은 여전히 우리에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가 과거에 약속한 수많은 개혁과 혁신을 온전히 지켜나가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새로고침위원회' 등을 꾸려 내놓은 쇄신 과제를 이행하기보다는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내부 결집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송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승리하는 정당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제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그러나 최고위가 생중계된 민주당 공식 유튜브채널 실시간 채팅창에는 "내부 총질하지 마라", "윤석열(대통령)을 비판해라" 등 송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성택 기자
김종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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