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인상액이 380원만 넘어도 최저임금 도입 이후 최초로 1만 원을 돌파하게 되는 데다, 노사 모두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악조건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심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1만 원 돌파 여부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이었다. 내년도 인상률이 3.95%만 넘으면 최저임금은 1만 원 이상이 된다. 2000년 이후 인상률 3.95% 미만은 2010년(2.75%), 2020년(2.87%), 2021년(1.5%) 세 차례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지켜봐야 한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어도 1988년 최저임금 도입 당시를 제외하고 한 번도 업종을 나눈 적은 없다. 지난해 6월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고용부에 관련 기초자료 연구를 완료해 내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권고했다. 노동연구원에서 맡은 연구용역 결과는 이날 최임위에 제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심의 시작과 동시에 업종별 차등 적용 관련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그랬듯이 심의 과정에서는 노사 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고물가를 이유로 1만 원 초반대 인상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부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10개월 연속 감소했고, 올해 1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1월 대비 5.5%나 줄었다. 내년은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전액 산입되는 첫해이기도 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물가폭등, 실질임금 저하, 해외 주요국의 임금인상 정책, 가구생계비 미반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오는 4일 양대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 수준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저성장을 근거로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조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30~2060년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OECD 평균(1.1%)보다 낮은 0.8%로 예측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난이 더 극심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숙박·음식업 등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시급 1만 원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있기 때문에 인상폭이 소액이더라도 논쟁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 논쟁도 치열할 텐데,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등 적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중심의 제한적 시행을 거쳐 차차 확대해 나가자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