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란한 밤을 위해 암스테르담을 찾는다면, 그냥 오지 마세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관광객을 겨냥해 작심하고 경고에 나섰다. 집중 타깃이 된 대상은 영국의 20, 30대 남성들이다. 술과 마약, 성매매에 관대한 암스테르담을 찾아 온갖 난동을 피우는 영국인들이 늘자 '출입 금지'란 극약 처방까지 꺼낸 것이다. 반 고흐 미술관을 품은 예술의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시의회는 "18~35세 영국 남성들의 일탈적 행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30초짜리 캠페인 동영상엔 비틀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남성이 경찰에게 잡혀 유치장에 구금되는 과정이 담겼다. 이런 자막과 함께. "소란스러운 밤을 보내려 암스테르담에 오지 마세요. 벌금 140유로(한화 20만 원)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 기록도 남습니다."
약물에 취한 듯 의식을 잃은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내용의 다른 영상도 있다. "마약 하러 오지도 말라"는 취지다. 영국 관광객이 '남자만의 파티' '술집 순례(여러 술집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는 것)' 등의 용어를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이 영상들이 뜬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영국 남성들이 매일같이 술과 약물에 취해 거리에서 소란을 피우는 탓에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엔 매년 2,0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몰리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돈으로 약 10만 원이면 비행기표를 끊어 암스테르담을 오갈 수 있는 영국인이다.
이들은 '커피숍'으로 불리는 대마초 카페와 성매매 업소가 집결한 홍등가에도 몰려든다. 일부 영국 여행사들은 '암스테르담 술집 순례'나 '스트립쇼' 따위가 포함된 여행 패키지 상품까지 판다. BBC는 "네덜란드인들은 술에 취해 노상 방뇨를 일삼고, 운하에 구토를 하거나 옷을 벗고 싸움을 벌이는 영국인에 대해 수년간 불평해 왔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마약 생산 및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정부는 대마초 등 일부 연성 마약류는 허용하고 있다. 18세 이상이면 커피숍에서 대마초를 소량 구입할 수도 있다. 성매매 역시 2000년부터 합법화된 상태로, 암스테르담 홍등가는 시내의 '유서 깊은' 관광장소가 된 지 오래다. 한 시민은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도시를 두고 "디즈니랜드나 동물원에 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암스테르담시는 올해 안에 해당 캠페인 대상을 다른 유럽 국가 국민에게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규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5월부터 홍등가 주변을 포함한 거리에서 대마초 흡연이 금지된다. 소피안 므바스키 암스테르담 부시장은 "관광객을 환영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일삼을 경우 차라리 오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