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논란 증폭에 축구협회 결국 '백기'... 31일 재심의 결정

입력
2023.03.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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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심화되자 "31일 재심의" 결정
'눈 가리고 아웅' 입장문 발표 하루 만
임원·지원인력 통한 현장 복귀 가능성도 숨겨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가 재심의 카드를 꺼내 들고 진화에 나섰다.

축구협회는 30일 "징계 사면 결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한 재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31일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앞서 축구협회는 2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1시간 앞두고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한 '징계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기습 발표했지만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다음 날인 29일 다시 추가 입장문을 발표해 사면의 정당성을 피력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사면 대상자들이) '복권'되는 것은 아니”라며 “(승부조작 가담자들은) 축구협회 등록 규정과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 규정상 결격사유에 해당돼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 담당자로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그러나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 담당자(선수의 체력 및 건강 관리자)를 제외한 현장직 복귀 가능성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복수의 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럽, 학교를 포함한 축구팀의 단장·대표 등 임원과 지원인력 등으로는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향후 프로구단 임원과 스태프로 복귀할 길을 열어 주려 했던 셈이다.

또 축구협회가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탓에 스스로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승부조작 등의 사안에 대해 징계 감면 및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에 이들의 사면이 관련 규정과 기타 법규상 위반되는 점은 없다"고 명시했다가 이후 이 문구를 지웠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승부조작 등의 사안에 대해 사면이 가능하게끔 바뀐 조항은 없다”고 못 박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32조에 명시된 ‘확정된 징계의 구제 가능 사유’에 승부조작범 사면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한체육회 규정에 사면 관련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해서 축구협회의 결정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재심의를 결정했다. 국가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성명서를 통해 '국가대항전(A매치) 보이콧'까지 언급하는 등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매우 거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면 조치 결정이 무효화될 가능성까지 나온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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