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에 대한 일본 측 폐지 요청이 있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일 저자세 외교'의 결과라며 장외집회에 이어 의원 삭발식까지 벌였고, 대통령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부심했다.
민주당은 30일 국회 본청 앞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에 모든 것을 퍼준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는 1945년 이전으로 회귀했다"며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농산물 절대 수입 불가'를 공개적으로 온 세계에 확실히 천명하라"며 "부당한 역사 침략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전면전을 선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나오기는커녕 '역사 인식 퇴행 교과서' 검정 논란에 이어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요구를 받았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재갑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계획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소속 의원 80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삭발에 나섰다.
민주당에서 '강경 공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정부의 대일외교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3월 5주 정부 국정지지도는 33%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배상안 발표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는 전날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은 대통령실의 공식 부인에도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부 일본 언론 보도에 근거했다"며 "일본을 그리 싫어하고 죽창가를 부르면서 일본 언론의 근거 없는 보도는 왜 이리 맹신하냐"고 비판했다. 정진석 의원도 교도통신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