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창고는 나 때리는 곳"… 장애인 선수들 일관된 진술에 코치들 법정구속

입력
2023.04.02 09:00
인천 장애인 수영선수 상습폭행 사건 전말
법원 "피해사실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
가해자 모두에게 실형 선고하고 법정구속
"선수들, 어떤 도움도 못 받고 수년간 폭행 견뎌"
학부모들 "가해자들 장애인 기관 취업제한해야"

편집자주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뒷얘기를 '사건 플러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인천 장애인 수영선수 상습폭행' 사건 피해자인 A(20)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여기(이마) 막대기로 맞았어. (수영을) 못했다고"라며 양손을 아래로 내려 때리는 동작을 취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그는 "병원에 갔어요. 꼬맸어요. 약 바르고"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11)양은 경찰 조사에서 "선생님(코치)이 슬리퍼로 머리를 세 번이나 때렸어요"라며 "배영을 잘하라고"라고 진술했다. 해당 코치는 지적장애가 있는 B양이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45분간 주먹을 쥐고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B양은 "4학년 때 선학(수영장)에서 그랬어요. 울면 집에서 알게 되니까 못 울게 했어요"라고 말했다.

A씨와 B양 등 피해자들은 인천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면담과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것은 물론이다. 가해자들은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맞섰으나 1심 법원은 "신빙성이 있다"면서 감독과 코치들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지난달 16일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상습폭행·상해 혐의로 기소된 인천시 장애인수영연맹 소속 장애인 수영선수단 전 감독 C(4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D(48)씨와 E(35)씨 등 전직 코치 2명은 징역 3년을, 또 다른 코치 F(30)씨는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다. 정 판사는 특히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 등 가해자 4명을 모두 법정 구속했다. 정 판사는 C씨 등 4명에게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각 5년간의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연수구 선학동 인천장애인국민체육센터 수영장 등에서 장애인 선수 13명을 상습 폭행해 상해를 입히거나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들은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있었다. C씨와 코치들은 슬리퍼와 플라스틱 막대기 등으로 선수들을 때렸고 고무줄로 손을 묶어두기도 했다. 선수들은 이마가 찢어지거나 등에 멍이 드는 상처를 입었다. 오리발에 맞아 넘어지면서 다이빙판에 입술이 부딪혀 터진 선수도 있었다.

폭행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창고 등지에서 이뤄졌다. D씨와 E씨는 창고에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장애인 선수를 팔다리를 잡아 끌고 가기도 했다. 배가 바닥에 쓸리면서 다친 선수는 경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데, 양 손으로 끌고 잡아 당겼어요. 창고 안 가려고 막 버티니깐 막 잡아당겼어요. 창고는 나 때리는 곳."

장애 선수들과 부모들이 법정에서 가해자인 감독과 코치들에게 죄를 묻는 과정은 험난했다. 재판부는 아이들의 폭행 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폭행이 있었던 장소와 시기 등을 특정짓기를 요구했다. 주 5, 6일 훈련이 일상인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1년이 지난 폭행사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머리를 맞대, 과거 아이와 나눈 대화기록 등을 찾아보며 공판이 있을 때마다 재판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 선수 부모들은 공판이 진행될수록 가해자들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처음 재판에 넘겨졌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 집을 찾아가 죄송하다며 수차례 머리를 숙였지만 공판이 진행될수록 죄를 반성하기는 커녕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코치들은 "우연한 실수나 선수들이 스스로 수영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목격자 진술에 일부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있고, 이를 목격한 다른 장애인 선수의 진술도 존재한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지만 훈련이라는 미명 아래 장기간에 걸쳐 폭력 행위를 계속해왔고 그 정도 또한 심각하다"며 "피고인들은 장애로 인해 부당한 폭력 행사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힘든 피해자들에게 범행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정황마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들은 해당 수영단이 아니라면 피해자들이 선수로서 경력을 쌓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수년간 폭력 행위를 견뎌야했을 피해자들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C씨는 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코치들의 범행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도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나머지 피고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에 비춰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선고 직후 학부모들은 그간 가슴 속에 지니고 있었던 억울함을 토해냈다. 자폐성 장애인 이솜(13·가명)양의 엄마 김송화(58·가명)씨는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갈 때 '허위 고발자'로 우리들을 따갑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며 "가해자들의 죄가 인정된 만큼 우리 아이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점이 입증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가해자들의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기간을 5년에서 영구적으로 제한하길 희망한다. 아이들이 대한장애인수영연맹회장배 전국장애인수영대회 등 여러 경기에 나갈 때 가해자들을 마주하게 되면 과거의 공포가 또 다시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권민수(27·가명)씨의 어머니 유남선(63·가명)씨는 "아이들이 지금도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며 "장애인 선수 지도와 관련해선 취업제한이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환직 기자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