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경유 일정이 포함된 중앙아메리카 국가 순방을 시작하자 "이번 경유는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대만과 미국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출한 중국 정부를 향해 "이를 핑계 삼아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는 미국과 대만의 오래 지속된 비공식적인 관계, 또 미국의 변치 않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비공식적이며 사적인 경유"라고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이를 대만해협 주변에서의 공격적 행동을 강화하는 빌미로 활용해선 안 된다. 거칠게 반응하거나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만을 출발한 차이 총통은 9박 10일간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다. 중앙아메리카로 가는 길에는 미국 뉴욕을, 대만 귀국길에는 미 로스앤젤레스(LA)를 각각 들른다. 특히 귀국길에는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도 계획돼 있다. 차이 총통은 2019년 7월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뉴욕과 콜로라도를 방문하는 등 취임 후 여러 차례 미국 영토를 밟았다. 커비 조정관은 “(과거) 모든 대만 총통은 미국을 들렀다. 차이 총통도 그간 미국을 6번 경유했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카시 의장과의 만남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다. 반드시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에도 대만 섬 전체를 포위하는 등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이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지에서 중국 교민 등을 동원해 항의 시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차이 총통이 머무는 뉴욕의 한 호텔 주변에는 수백 명의 친중 시위대가 몰려들어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 정부에 의사소통 라인을 계속 열어 둘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대만에 관한 한 이견이 있지만, 미국은 40년 이상 이런 차이를 관리해 왔다"며 "우리는 여전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간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방중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