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송환 경쟁' 미국이 앞서나…"한국보다 먼저 인도 청구"

입력
2023.03.30 08:15
몬테네그로 사법당국 "미국이 훨씬 빨랐다"
"범죄자 국적 등도 고려해 신병 인도국 결정"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두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가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이 가장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코바치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이 없는 만큼, 외교 채널을 이미 확보해 둔 미국이 한발 앞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일단 '송환 경쟁'에서 한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 있지만, 권 대표 국적이 한국인 만큼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실제 코바치 장관도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인도될지에 대해선 "범죄의 중요성과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한미) 두 국가 중 어느 쪽에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싱가포르도 아직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으나, 싱가포르에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보다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훨씬 높은 미국으로 권 대표가 인도되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 2,700여 명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에서 행해진 투표에서는 10명 중 7명 이상이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 2009년 미국에서 72조 원 상당의 다단계 금융 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가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는 일이 있기도 했다. 미국은 시가총액 50조 원 이상을 증발시킨 권 대표를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다만 실제 권 대표의 신병 인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기소된 권 대표가 현지 대법원까지 이 사건을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장기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