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범 사면 무효되나... "징계 삭제 규정 없다"

입력
2023.03.29 22:27
상급단체 대한체육회 "실효성 없는 조치" 지적
축구협회 "사면불가 규정 삭제돼 가능" 입장
붉은악마 "보이콧 등 모든 방안 동원할 것"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주동자 등 징계 축구인 100명에게 내린 사면조치가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29일 축구협회에 징계 축구인을 사면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육회는 이날 복수의 매체를 통해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은 불가능하다”며 “(축구협회가) 실효성 없는 조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외 관련해 체육회는 이날 오후 늦게 추가 입장문을 내고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승부조작 등의 사안에 대해 징계 감면 및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사면이 관련 규정과 기타 법규상 위반되는 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는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48명이 사면대상에 포함되면서 축구팬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또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사면조치를 기습 발표한 탓에 “A매치를 이용해 사면에 따른 파장을 축소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고 있다.

이번 사면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승부조작 선수들이 프로축구 구단 코칭스태프 등으로 실제 합류할 수 있는 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며 “축구협회와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법리적인 검토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추가입장문을 통해 "축구협회 등록규정과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거해 사면대상자들이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로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사실상 불가'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며 "이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와 규정에 대한 확인을 거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축구팬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습적으로 의결한 승부조작범죄자 48인을 포함한 비위행위자 100인의 사면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며 “월드컵 16강이란 축제를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면을 강행할 시 향후 A매치 보이콧 및 K리그 클럽 서포터즈와 연계한 리그 경기 보이콧, 항의 집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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