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 개국 정상들이 29일 화상으로 모여 진행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화두는 '강력한 연대'였다. 미국 등 5개국과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키기 위한 연대를 강력히 지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향후 열리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한국이 주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연설에서 “한국은 차기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 대의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의회민주주의가 더욱 공고해지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제2차 회의를 맞아 한국, 네덜란드, 잠비아, 코스타리카가 미국과 함께 공동 개최국으로 이름을 올렸고, 대만 등 120여 개국이 참여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하는 번영’을 주제로 첫 번째 세션을 주재한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인류의 자유와 번영을 이끈 민주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에 더해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고,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며 법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경제성장과 공동번영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함께한다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국가들 간 더욱 강력한 연대와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1차 회의 참석에 이어 이번 회의를 미국과 공동 개최하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돈독히 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한미 정상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공동의 민주적 가치와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깊은 유대를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는 견고한 정치·경제·안보와 인적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제도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등불이며, 민주주의가 지속적인 안보와 번영을 가꾸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 "우리는 두 차례에 걸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마련된 동력이 미래로 이어지고 이러한 노력이 글로벌 리더십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다음 회의의 개최국이 된 것을 두고 한미 간 밀착 행보 지속과 동시에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목표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