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정진상, 성남시청 CCTV 두고 법정서 고성 주고받은 이유는

입력
2023.03.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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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측근 정진상 뇌물수수 혐의 등 첫 정식 공판
"CCTV 있어 뇌물 못 받아"... 검찰 "CCTV 가짜" 반박
검찰 "배우자 계좌로 이유 없이 소액 현금 나눠 입금"
정진상 "428억 나오는 검찰 셈법 무슨 연유인지 몰라"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부터 사업 편의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첫 공판에서 "유동규 범행에 얹어 검찰이 기소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뇌물수수 장소로 지목된 성남시청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며 "(그곳에선) 금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그 CCTV는 가짜"라며 "범행을 입증할 증거들이 모두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실장에 대한 첫 정식 공판을 진행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청 정책비서관 재직 당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7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 원을 수수하고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檢 "성남시청 CCTV 가짜" 주장에 양측 고성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뇌물수수 장소로 지목한 성남시청 사무실 구조부터 짚었다. 변호인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직원들이 뇌물을 못 받게 하려고 소리까지 녹음되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며 "응접실 안이 보이는 위치에 설치돼 사무실에서 뇌물 제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곧바로 "그 CCTV는 가짜"라고 반박했고, 재판부가 "가짜인가"라고 되물었다. 정 전 실장 측은 "작동하지 않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공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시장실엔 CCTV가 아예 없고 녹화도 안 된다는 걸 (이재명 당시 시장도) 알고 있었다"며 "어느 날 이재명이 쉴 때 다리를 올리고 하길래 '다 찍히는데 괜찮냐'고 했더니 (정진상이) '그거 가짜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자리에 없을 때 (정진상) 책상에 (뇌물을) 넣어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오후 공판에서 "시청에 확인한 결과 CCTV에 회로 연결이 안 돼 비서실 직원도 민원인들이 항의할 때 휴대폰으로 녹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배우자의 계좌거래 내역 등을 뇌물수수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전세보증금 마련 경위에서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3,500만 원 등이 나온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소액 현금들이 나눠 입금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 전 본부장이 2013년과 2014년 설과 추석 명절마다 관용차를 타고 시청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진상 "사업 공모도 전에 청탁? 셈법 납득 불가"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428억 지분 약정'과 관련해서도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민간 사업자들에게 청탁을 받은 적도,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거나 이를 수용한 사실도 없다"며 "2014년 6월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청탁했다는데, 이때는 대장동 민간 사업자 공모가 이뤄진 2015년 2월보다 7개월 앞선 시점"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특정한 428억 원이라는 액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지분 확정 시기도 들쭉날쭉하고, 700억에서 그리고 428억이 나오는 셈법은 무슨 연유인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김만배 지분 배당액 1,787억 원에서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했던 가지급금과 세전 상환액을 공제하고 그 절반에서 공통비 등을 제외하면 428억 원이 된다"며 산정 과정을 밝혔다.




이정원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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