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직전 KT, 주가 3만 원 무너지고 관치 논란까지…"정권 낙하산 금지 조항 만들자"

입력
2023.03.30 04:30
12면
디지코 성과 보여준 '주가 3만 원' 붕괴
비상경영체제 시작과 함께 1년 중 최저점
관치 경영 논란…시민단체·노조도 우려 목소리
뿔난 소액주주들 "낙하산 금지 조항 요구"


새 대표이사(CEO) 선출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KT가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다. 회사는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주가는 3만 원 대가 무너졌고 관치 경영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들 중 일부는 정치권 압력에 강하게 반발하며 "주주총회에서 낙하산 금지 조항 신설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①주가 3만 원 붕괴…디지코 성과는 어디로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주식 가치는 CEO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현모 대표가 취임했던 2020년 3월 30일 회사 주가(종가 기준·코스피)는 1만9,700원이었다. 같은 해 10월 28일 KT가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선언하면서 2만2,850원을 찍었다. 상승세를 이어가 2022년 8월 1일에는 3만8,350원까지 올랐고 9년 만에 시총 10조 원을 돌파했다. 디지코 전략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는 등 사업 영역이 크게 넓어진 결과다. 이 전략을 주도한 구 대표 취임 당일과 비교해 2년 사이 주식 가치는 2.2배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갈등이 계속되자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2월 27일 2만9,950원을 기록하며 논란 이후 처음 3만 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디지코 전략의 상징으로 여겨진 경계점이 붕괴된 것.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사장)을 중심으로한 비상경영체제가 본격 가동된 29일에는 1년 중 가장 낮은 2만9,200원까지 내려앉았다. 시가 총액은 7조6,245억 원으로 7개월 만에 약 2조4,000억 원이 증발했다. 흥국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시계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 향후 전략 방향과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놨다.



②이사회 구성 안갯속…"낙하산 금지 조항 요구"



KT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구 대표와 야권 성향 사외이사들은 임기를 남겨두고 조기 퇴진했고, CEO 후보였던 윤 사장도 물러나면서 5개월가량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

최대 11명까지 둘 수 있는 이사회 구성도 안갯속이다. 31일 주주총회에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재선임 표결이 이뤄진다. 사내이사 0명, 사외이사 1명이 남은 상황에서 이 세 후보 중 두 명 이상 탈락할 경우 이사회 구성을 위한 최소 숫자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상법에는 이사회 이사를 세 명 이상 두도록 돼있다. 현재 KT는 정관에 규정된 지배구조위원회(사외이사 4인·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내이사 1인·사외이사 전원), 감사위원회(사외이사 3인 이상) 등 이사회 산하기구 결성 요건조차 채우지 못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상황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더 적극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소액주주 커뮤니티를 이끄는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못하는 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찬성표를 던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관에 정치권 낙하산 방지 조항 신설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앞서 KB국민은행이 추진했지만 주총에서 부결됐던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CEO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큰 틀이 될 예정이다.





③관치 경영 논란…시민사회·노조도 우려



관치 경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물론 국내 기관인 한국EGS평가원, 한국ESG연구소 등이 윤 사장 CEO 선임안에 찬성 의견을 냈음에도 정치권 압박에 CEO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자 관치 경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행동주의펀드와 기관투자자 등이 모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소유분산기업의 이사 추천은 주요 과점 주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뒤 윤 사장이 사의를 표했다"며 "연금이 원하는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T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시민사회와 노조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통신사업의 공공성과 사업 운영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KT새노조 역시 "사외이사가 정권 입맛대로 구성되거나 정치권 낙하산 통신 문외한이 CEO로 앉혀져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송주용 기자